[해설]美, 예상대로 '베이비스텝'...한은, 내달 금리동결 유력

체크Focus / 양지욱 기자 / 2023-03-23 13:01:44
연준 22일 FOMC서 기준금리 0.25%인상...상단 5%대 진입
SVB파산 등 위기감 확산에 일보후퇴..."연내 금리인하없다"
한은 금리동결 유력...한-미 금리격차 1.75%로 확대 우려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이 FOMC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결국 '매파'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이 기준금리를 0.25%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이변은 없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FOMC정례회의를 앞두고 쏟아져나왔던 시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부담감을 느낀 연준이 결국 일보 후퇴한 것이다.


연준이 비록 베이비스텝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긴축기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금리인하는 없다"고 못박았다.


긴축완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금융시장은 이를 고스란히 반응했다. 채권 금리는 소폭하락했으나, 증시는 실망감이 반영되면 적지않아 하락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은은 한 숨돌리게 됐다. 만약 연준이 빅스텝을 선택했다면 심각한 고민에 빠져야했던 한은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번 연준의 베이비스텝 결정으로 부담감을 떨쳐내 다음달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예상하는 분위기다.

■ 금융위기 부담에 베이비스텝으로 보폭 조정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4.50∼4.75%에서 4.75∼5.0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베이비스텝 단행으로 미국 기준금리 최상단은 마침내 5% 고지를 밟았다. 초저금리 시대를 유지하던 미국이 글로벌 복합위기에서 비롯된 고물가와 전쟁을 벌인지 1년여만에 초고금리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연준의 베이비스텝 결정은 당초 빅스텝에서 수위를 낮춘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고용안정에 자극받은 연준의 분위기는 이달초까지만해도 확실히 빅스텝쪽이었다.


파월은 지난 7일(현지시간) "만약 전체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금리인상의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빅 스텝 예상 확률은 80%를 넘어서기도 했다.


연준의 강경한 매파적 입장을 단숨에 바꾼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발 금융위기였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 SVB가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해 청산결정을 내린 것이 도화선이 됐다.


SVB사태는 금융시장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쳐 시그니처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은행들이 줄줄이 붕괴위기에 놓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과도한 긴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에 압박을 받던 연준은 결국 보폭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SVB파산 결정에서 시작된 글로벌 IB들의 도미노식 파산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 연준 매파들의 입장을 일순간에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셈이다.


국내 한 국제금융전문가는 "미국은 2009년 굴지의 IB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아픈 기억이 있다"면서 "매파들이 득실거리는 연준이라 해도 SVB사태를 가법게 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긴축기조엔 변화없어...달러약세 속 증시 부진

SVB발 금융위기 확산에 연준이 베이비슨텝으로 한발짝 물러섰지만, 연준의 긴축기조에는 큰 변함이 없어 보인다.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둔 때문이다.


파월은 이날 SVB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과 관련 "각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금융위기감이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라고 평가하며,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파월은 “경제 방향이 불확실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리가 상한선을 찍고 점차 내려올 것이란 시장에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다.


그는 SVB사태 후폭풍에도 불구,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강하고 탄력적"이라며 "현재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연말 금리 예상치로 5.1%를 제시했다.


연준의 일관된 긴축 기조 유지 천명에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국채금리는 하락했으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63% 하락한 3만2030.11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1.6%대의 비슷한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은행 예금을 포괄 보증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증시 폭락을 부채질했다. 투자자들이 바이든 정부가 파산 은행의 영향을 받은 예금자·주주들을 구제해 줄 것을 기대했으나 옐런의 발언이 시장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한국증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며 주가가 요동을 쳤다. 장 초반엔 폭락 흐름을 보였으나 장후반으로 넘어가며 미국의 베이비스텝 결정과 한은의 금리동결 기대감이 맞물리며 빠르게 회복하는 양상을 보였다.


23일 오후 12시37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0.01%하락하며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은 장초반 부진에서 빠르게 벗어나며 0.83% 상승했다.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이 반영된 달러 약세 여파로 외환시장에선 원달러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1300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23일 12시42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07.7원)보다 28.8원 하락한 1277.20원에 거래되고 있다. 22일 (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88% 하락마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여유 생긴 한은, 4월 금통위서 또 금리동결할듯

연준의 베이비스텝 단행으로 한국은행은 한숨을 돌렸다. 이달초까지 강도를 높이던 추가 금리인상 압박감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이제 한은의 통화정책 운영에는 여유가 생겼다. 2월에 이어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다시한번 동결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0%까지 치솟아 한-미간의 기준금리 격차가 1.5%까지 벌어졌으나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외국자본의 이탈 등 기준금리 격차로 인한 파장도 시장에 이미 반영된 터라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중론이다.


한은은 물가 흐름과 경기침체 상황을 지켜볼 여유가 생겼다. 시장의 전망은 한은의 금리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있다. 최근의 각종 경제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우리 경제는 정부 스스로도 인정할만큼 둔화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경상수지가 최대 적자를 냈고 수출부진이 심화되며 무역적자가 이미 작년의 절반을 넘어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4%대(4.8%)로 떨어진 것도 한은의 2연속 금리동결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3대에너지원 수입의 급감과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계획 보류에 힘입어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초반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도 미국의 베이비스텝 결정에 안도하며, 대신 SVB사태로 인한 금융불안 해소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와 한은은 24시간 관계기관 합동 점검 체계를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우리 금융 시스템 및 금융회사 전반의 건전성을 상시 점검하겠다"며 "필요한 경우 이미 마련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긴급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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