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人] 전세계 매운맛 신화 다시 쓴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토요경제人 / 이슬기 기자 / 2024-03-15 12:20:36
▲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전업 주부였던 한 여성이 ‘매운맛’ 하나로 적자 위기에 놓였던 식품기업을 연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성공스토리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같지만 해당 스토리는 ‘불닭볶음면’을 개발한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지난 20여년 행보를 함축한 것이다.

1964년 서울 출생인 김 부회장은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 1994년 ‘삼양식품 오너 2세’인 전인장 전 회장과 결혼해 전업 주부로 생활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삼양식품이 부도를 맞자 그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입사를 결정한다. 이후 영업본부장 전무이사, 영업본부장 부사장, 각자 대표이사 사장 등을 차례로 역임하며 불닭볶음면의 신화를 쓰기 위한 기초실력을 쌓게 된다.

김 부회장의 ‘불닭볶음면’ 개발 일화는 지난 2010년 딸과 함께 길을 걷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음식점에서 시작한다.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선 이 음식점은 매운맛으로 유명한 볶음밥집이었다. 김 부회장은 매운 음식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오랜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점에 주목해 정말 화끈하게 매운 라면을 개발하기로 결심한다.

삼양식품은 약 2년의 연구 끝에 ‘불닭볶음면’을 2012년 세상에 선보였다. 당시 ‘불닭볶음면’은 너무 매운 라면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지만, 삼양식품 매출 증대에는 이렇다할 영향을 주지 못했다.

삼양식품은 2010년 1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불닭볶음면이 출시된 해인 2012년에는 76억원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3년 뒤 2015년에는 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경영악화일로를 겪게 된다. 당시 무리하게 인수했던 크라제버거가 부메랑 돼 돌아온 것이다. 2016년 들어 삼양식품의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4위까지 떨어졌다. 라면의 원조라는 명성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K팝, K컬쳐가 SNS를 타고 전세계로 회자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한다. ‘도전해야 할 K푸드’로 불닭볶음면이 꼽히면서 해외수출 매출이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삼양식품의 해외수출액은 2015년 98억원에서 2016년 670억원으로 무려 7배가 뛰었다.

이후 K푸드의 주역으로 자리잡은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삼양식품은 지난해 1961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게 된다. 2023년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1468억원, 매출액은 1조19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62%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56% 늘어난 1249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 중 75%는 해외 매출이 차지하며, 이러한 성장세는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삼양식품 측은 “전체 매출의 70%, 해외 매출의 84% 이상이 불닭볶음면 시리즈 10여 개 제품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불닭볶음면의 흥행과 함께 오너가의 며느리가 경영에 참여해 성과와 실력을 인정 받은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외신에서도 회자된다. 지난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는 “500억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는 9000자 분량의 기사를 실어 김 부회장과 불닭볶음면의 성공을 조명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멈추지 않고 불닭볶음면을 매출 1조원의 메가브랜드로 확장할 비전을 세웠다.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은 지난해 9월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그룹명 변경을 공식 발포했다. 이 자리에는 오너가 3세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김 부회장은 멈추지 않고 불닭볶음면을 매출 1조원의 메가브랜드로 확장할 비전을 세웠다. 김 부회장은 “제2공장이 가동되면 제1공장과 마찬가지로 수출 전문 공장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불닭볶음면의 매출 1조원 달성을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2022년 밀양 1공장을 완공했고, 지난 6일 2년 만에 밀양 2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밀양2공장은 총 1643억원이 투자돼 5개의 생산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에 삼양식품은 연간 최대 24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불닭 신화’를 이끈 김 부회장에게도 아픈 부분은 존재한다. 2018년 김 부회장과 전 전 회장은 회삿돈 49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오너 일가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포장박스와 식재료 중 일부를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 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 돈은 부부의 주택 수리비, 개인 신용카드 대금, 자동차 리스 비용 등 사적으로 이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 1월 대법원은 전 전 회장에게 징역 3년, 김 부회장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및 80시간의 사회봉사를 확정했다. 김 부회장은 법무부의 ‘취업제한’ 규제로 2020년 각자대표이사 자리에서 사임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서는 징역형은 집행 종료로부터 5년, 집행유예형은 집행 종료로부터 2년간 범죄행위와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김 부회장은 2020년 10월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이 해제돼 총괄사장직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전 전 회장은 가석방 또는 특별사면을 받지 못해 3년을 서울 구치소에서 보냈다. 전 전 회장은 형기를 마쳤지만, 취업제한으로 현재 경영 복귀를 못하고 있다. 이에 삼양라운드스퀘어의 회장직은 공석인 상태다.

전 전 회장은 2022년 1월 3년의 형기를 마쳤지만 취업제한으로 경영 복귀를 못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삼양라운드스퀘어의 회장직은 공석인 상태다. 취업제한기한 5년을 고려하면 전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은 빨라야 2027년 1월이다.

김 부회장은 오너의 횡령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 회복을 위해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대대적으로 선포했다. 2021년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으로 나선 것이다.

당시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를 맡지 않고 ESG 경영에만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2022년 임원 정기 인사를 통해 총괄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일각에서는 김 부회장의 빠른 경영 복귀에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글로벌 공략에서 김 부회장의 존재감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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