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고객 이벤트마다 ‘신뢰 사고’…조건 바꾸고 조정도 거부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08-05 11:16:43
API 지원금 행사 도중 제외 기준 추가…소비자원 수수료 면제안 불수용
62만BTC 오지급 이어 내부통제 논란…IPO 앞두고 신뢰 검증대
▲ 빗썸/사진=연합뉴스

 

빗썸이 고객을 끌어모은 뒤 이벤트 지급 기준을 바꾸고, 한국소비자원의 피해 구제안도 거부했다. 지난 2월에는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62만BTC를 잘못 지급했다. 고객 유치에는 거액을 쓰면서 약속을 지키고 사고를 수습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술과 자산보다 신뢰가 중요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이벤트가 잇따라 ‘신뢰 사고’로 번진 것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빗썸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API 첫 거래 이벤트 관련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PI는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거래소와 연결하는 통로다.

빗썸은 지난해 11월 API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에게 거래수수료를 돌려주고 연동 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행사가 시작된 뒤 ‘혜택만을 목적으로 한 1회성 거래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지원금을 받지 못한 고객 77명은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추가 문구를 기존 조건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새로운 지급 제한으로 판단했다. 처음 공지된 조건을 믿고 거래한 고객에게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조정안은 현금 10만원 지급이 아니었다. 고객이 앞으로 빗썸에서 거래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1인당 10만원까지 면제하는 내용이었다. 행사 참여자 약 3만명에게 모두 적용하면 명목상 30억원 규모다. 실제 거래가 이뤄져야 비용이 발생하는 방식이어서 현금 30억원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구조도 아니다.

빗썸은 이를 거부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행정명령이 아니어서 한쪽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거부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조정이 무산되면서 소비자들은 민사소송을 통해 책임을 다퉈야 할 처지가 됐다.

빗썸은 “결정문에 법리적으로 이견이 있는 부분이 있어 불가피하게 수용하지 못했다”며 “이용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벤트 도중 추가한 문구도 새로운 제한이 아니라 기존 지급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빗썸은 어떤 법리 판단에 동의할 수 없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현금 지급보다 부담이 낮은 수수료 면제안까지 거부한 이유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다툴 권리와 고객에게 신뢰를 얻는 문제는 별개다.

이벤트 관련 내부통제 사고도 처음이 아니다. 빗썸은 지난 2월6일 보상금을 지급하다 직원의 입력 오류로 고객 695명에게 총 62만BTC를 잘못 넣었다. 회사는 사고 발생 35분 만에 거래와 출금을 막고 대부분을 회수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보유량을 크게 웃도는 숫자가 고객 계정에 표시될 때까지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

당시 사고가 전산 입력과 승인 절차의 문제였다면 이번 분쟁은 행사 조건을 설계하고 변경하는 영업·법무 통제의 문제다. 사고 이후 소비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도 흔들렸다. 이벤트를 시작하기 전 조건을 검토하고, 지급 전에 오류를 차단하며, 분쟁이 생기면 합리적으로 수습하는 기본 절차가 연이어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한편 빗썸은 2028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내부통제를 제도권 금융회사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시장과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상장기업의 신뢰는 구호가 아니라 고객과 한 약속을 지키는 과정에서 먼저 확인된다. 이번 분쟁은 명목상 30억원의 비용 문제가 아니다. 빗썸이 상장사에 걸맞은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갖췄는지를 묻는 시험대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빗썸, 영업정지 피한다… 법원, 집행정지 신청 인용2026.04.30
가상자산 거래소 직원 4년 사이 두배… 빗썸, 업비트와 비슷2026.05.11
키움·빗썸 ‘혈맹설’에 삼성·SK 초대형 투자…국민연금 고갈 시계도 늦췄다2026.06.29
키움증권, 빗썸으로 리테일 영토 넓히나…점유율 하락 속 디지털자산 승부수2026.07.02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롯데웰푸드·해태제과, 장수과자에 ‘방송·카페’ 입혀

    롯데웰푸드·해태제과, 장수과자에 ‘방송·카페’ 입혀

    롯데웰푸드와 해태제과가 장수 제품에 방송과 카페 트렌드를 접목한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예능 속 디저트를 찰떡아이스로 구현했고, 해태제과는 인기 과자에 라떼와 밀크티 풍미를 더했다.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가 tvN 예능 ‘우주떡집’과 협업한 ‘찰떡아이스 IN 우주떡집 흑임자인절미’ 초도 물량 약 50만개는 출시 닷새 만에 팔렸

    2
    현대엔지니어링, 상반기 수주잔고 28.1조…반년 새 14.3% 증가

    현대엔지니어링, 상반기 수주잔고 28.1조…반년 새 14.3% 증가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잔고가 올 상반기 28조원대로 다시 늘었다. 국내 주택·인프라 부문의 신규 수주를 잠정 중단한 상황에서 해외 플랜트와 에너지·산업시설이 신규 일감을 보완했다. 다만 2024년 말 수준까지 회복한 것은 아니다.17일 관련 공시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6월 말 수주잔고는 28조1491억원으로 지난해 말 24조6261억원보다 3

    3
    [김승원 칼럼] 추석 앞당긴 9.6조…상생에는 빠른 입금이 더 힘이 세다

    [김승원 칼럼] 추석 앞당긴 9.6조…상생에는 빠른 입금이 더 힘이 세다

    명절을 앞둔 중소기업에는 하루가 길다. 직원 급여와 상여금, 원재료 대금과 결제일이 한꺼번에 몰린다. 장부에 매출이 있어도 통장에 현금이 없으면 대표는 은행부터 찾는다. 그런 협력사를 위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추석 전 지급일을 앞당기고 있다. 거창한 상생 구호보다 반가운 것은 빠른 입금이다.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응한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롯데·

    4
    KB·신한·하나·우리·NH, '비은행 효자'의 반전…중요한 건 '조달금리'

    KB·신한·하나·우리·NH, '비은행 효자'의 반전…중요한 건 '조달금리'

    상반기 금융지주의 실적을 끌어올린 비은행 계열사가 하반기에는 조달 경쟁력을 증명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증권·카드·캐피탈의 이익 비중이 커진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자금을 얼마나 싸게 조달하느냐가 그룹 수익성의 새로운 변수가 된다.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5
    넥써쓰, 원스토어 96% 쥔다…장현국이 옛 주주 품은 속내

    넥써쓰, 원스토어 96% 쥔다…장현국이 옛 주주 품은 속내

    장현국 넥써쓰 대표가 원스토어 지분은 96% 가까이 끌어모으면서 옛 주주들은 넥써쓰 주주로 다시 품고 있다. 경영권은 단순하게 만들되 원스토어를 함께 키워온 통신·플랫폼·게임 기업과의 이해관계는 끊지 않는 방식이다. 석 달 간격으로 똑같은 지분거래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장 대표의 속내가 읽힌다.18일 관련 공시와 업계에 따르면 넥써쓰는 KT·LG유플러스가 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