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의 可타否타]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사랑'

이중배의 可타否타 / 이중배 / 2022-06-09 10:40:20

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사랑이 뜨겁다. 그야말로 지극 정성이다. 급기야 국무회의 현장에 때 아닌 반도체 특강까지 마련했다. 반도체 전문가 출신인 이종호 과기정통부장관이 직접 나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반도체학 개론을 강의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필시 대통령의 특별 주문이 있었을 터다. 윤 대통령은 관련 부처와 상관없이 반도체 공부를 하라고 숙제를 냈다. 당선인 시절 서울대반도체연구소를 들러 당시 소장이었던 이종호 장관에게 장시간 반도체 특별과외까지 받았다.


윤 대통령은 주요 국정과제에 반도체의 초격차 산업화를 포함하게 했다. 그의 반도체에 대한 애정도를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관심 차원을 넘어 마치 반도체에 많은 걸 걸고 있는 듯하다. 과거 대통령들이 주로 새로운 산업, 미래 기술에 관심을 뒀는데, 윤 대통령은 이미 세계를 제패한 반도체를 더 키우는데 집중적으로 베팅할 모양이다. 필요하다면 규제를 대폭 완화할 생각이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장관에게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법으로 묶여있는 수도권 대학 쿼터를 더 늘리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 중 대표적인 키워드 하나는 '선택과 집중'이다. 더 필요한 곳에 두툼하게 지원한다는 복지정책의 콘셉트를 봐도 그렇다. 반도체 역시 정책적 지원을 집중해서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초격차 상태로 만들자는 목표다. 전기전자 초강대국었던 일본이 하나하나 후발국의 추격을 허용하며 2류로 전락한 것을 비추어 봐도 일견 괜찮은 전략임에 틀림없다. 반도체가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언제 어떻게 주저앉을 지 모를 일이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이자 주춧돌이다. 대들보와 주춧돌이 흔들리면 집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면 국가경제가 위기에 빠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GDP, 수출기여도, 고용창출 등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가히 절대적이다. 비단 국내만의 얘기는 아니다. 모든 IT기기는 물론 자동차, 선박, 의료, 우주방위산업에 이르기까지 반도체의 영역은 끝없이 확장되고 있다. 반도체는 모든 기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중의 핵심 부품이다. 주요 강대국들이 반도체 패권을 잡기위해 혈안이 돼있는 이유다. 반도체 전쟁을 방불케한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키워드도 반도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자마자 삼성 반도체 공장부터 찾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이 이미 세계 최정상이라 하지만, 아직은 메모리 분야에 국한하는 말이다. 파운더리를 비롯한 비메모리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 반도체업계 1위라는 삼성이 파운더리만큼은 대만TSMC에 철저히 밀린다. 미국이 초강세인 시스템반도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반도체에 대해 더 잘해야 할이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사면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배경에도 'K-반도체'의 성패가 그의 역할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상황 때문이다. 세계 정재계의 관심이 유럽을 방문한 이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 지금은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도 반도체에 대해 추호도 소홀히 대우해선 안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100% 양보해서 삼성이, 아니 삼성의 반도체부문이 우리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해도 대통령이 반도체에 올인한 듯한 행보를 보여주는 것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대통령이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면서 자칫 다른 부처 장관들까지 온통 반도체에만 신경을 쓰지 않을까 걱정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과도한 대통령의 특정 아이템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애정은 자칫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반도체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 경제의 미래 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포트폴리오 전략도 중요하다. 지역의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산업의 균형발전은 더 중요하다. 우리 경제 균형감과 안정감을 더 높일 수 있는 제2, 제3의 반도체를 찾아야 한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와 함께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몇몇 국제 경쟁력을 보유한 업종의 초격차화를 경제정책의 주요 목표로 내걸기는 했다. 하지만 취임 한 달을 맞은 현재까지 윤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은 반도체에 쏠려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수 없다. 경제가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을 유지하기 위해선 여러 산업을 골고루 육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의 체격이 커지고 체력이 강해진다. 다음번 국무회의 때는 바이오나 4차산업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를 초빙해서라도 특강자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중배 산업에디터>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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