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029년 완판'의 조건

산업 / 김지영 기자 / 2026-10-28 15:58:00
14개 고객사와 장기계약…2027~2028년 생산능력 절반 이상 확보
2029년 D램·HBM 완판 전망에는 협의 중인 수요도 포함
가격은 시황 연동·예치금으로 이행 보완…내년 설비투자 확대
▲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2026년 10월 23일 촬영. 사진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주요 고객과 장기공급계약을 확대하며 대규모 설비투자에 앞서 판매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회사가 밝힌 2029년까지의 메모리 사실상 완판 전망에는 확정 계약뿐 아니라 고객사와 협의 중인 구매 수요도 포함돼 있어 구분이 필요하다.

28일 SK하이닉스(곽노정 대표)의 3분기 실적발표와 콘퍼런스콜에 따르면 회사는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를 포함한 주요 고객 14곳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다.

계약으로 확보한 물량은 2027년과 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를 넘는다.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당시 10여곳이었던 장기계약 고객이 늘었고, 향후 생산능력에서 계약물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회사 측은 이날 2029년까지 향후 3년간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이 사실상 모두 판매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수치는 이미 체결한 장기계약에 고객사와 구체적으로 협의 중인 구매 수요를 합산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협의 중인 물량도 고객의 구매계획에 기반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장기계약으로 확보한 2027~2028년 물량과 2029년까지의 완판 전망은 범위도 다르다. 전자는 전체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한 계약물량이고, 후자는 D램과 HBM을 대상으로 협의 중인 수요까지 포함한 전망이다. 두 수치를 직접 비교해 계약 체결률이 높아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계약의 가격 결정 방식도 주목할 부분이다.

SK하이닉스는 고객과 사전에 합의한 가격 범위 안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계약기간은 통상 5년이며 일부 고객과는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장기계약으로 공급물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서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고정하지 않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는 구조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고객의 구매계획이 실제 주문과 출하로 이어지도록 예치금 등 이행장치도 계약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다만 계약별 가격 조정 범위와 최소 구매물량, 예치금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확보한 장기계약 물량이 미래 매출이나 영업이익으로 얼마만큼 연결될지는 아직 계산할 수 없다.

이번 장기계약 확대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생산시설 투자와도 맞물린다.

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청주 M15X 생산능력을 최대 수준으로 확대하고 6세대 HBM인 HBM4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올해 4분기에는 HBM4가 출하량과 매출액 모두에서 HBM3E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생산시설 운영과 국내외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설비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상당히 증가할 전망이다.

장기계약은 대규모 투자에 앞서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반면 신규 공장의 실제 가동률과 수익성은 제품별 양산 일정, 고객사의 주문 이행, 판매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은 투자 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은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은 83조3338억원으로 각각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80%에 달했다.

9월 말 순현금도 98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29조3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회사는 신규 설비투자와 함께 올해 약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자금 집행 규모와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고객 수요와 제품 경쟁력, 수익성 등을 고려해 투자 규모와 시기를 탄력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발표로 내년 이후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에 대한 계약 기반은 확인됐다. 앞으로는 협의 중인 고객 수요가 실제 계약으로 전환되는 규모와 장기계약의 가격 조건, 신규 생산시설의 가동률이 중장기 수익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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