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효과·케파급증·풀라인업에 LG엔솔 유리한 고지 선점가
테슬라 등 美배터리 수요 급증에 CATL파나소닉도 반격 채비
| ▲ LG엔솔의 미국내 전기차배터리 생산 거점 현황. <그래픽=연합뉴스제공> |
미국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생산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2차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관련기업간의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한국, 중국, 일본 등이 강세를 보이며 국가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이에따라 미국 배터리 시장을 놓고 동북아 3국의 '배터리 전쟁'이 갈수록 불꽃을 튀기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의 '본고장'이자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전기차 1위 테슬라 등 미국의 주요 전기차업체들도 가격을 내리고 생산능력(케파)을 대폭 확충하며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공격적인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이래저래 미국내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K-배터리'의 간판기업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최근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 7조원이 넘는 자본을 투입, 대규모 배터리공장 신설해 배터리 시장 1위 탈환을 선언, 결과가 주목된다.
■ 기선제압 나선 LG엔솔..."미국시장 선점 확신"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가 전기차 제조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의 전기차 생산의 급증세가 배터리업계의 시장구도 재편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미국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기업이 세계 배터리시장을 제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엔솔이 최근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에 7조2천억원을 투입, 초대형 배터리 독자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미국시장을 선점, 세계 배터리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을 깔고 있다.
2025년부터 본격 양산체제에 돌입할 이 공장은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와 태양광발전에 주로 사용되는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를 주력 생산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원통형 제품이다. 최근들어 전기차업계의 원통형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 ▲ LG엔솔이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할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사진=LG엔솔> |
.전기차 배터리는 크게 원통형, 파우치형, 각형을 나뉜다. 원통형은 상대적으로 낮은 효율에도 불구, 안전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하다. 전기차업체 입장에선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원통형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LG엔솔을 비롯해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의 주력 생산품은 파우치형과 각형이다. LG엔솔이 애리조나 공장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주력 생산하려는 것도 이같은 시장생황과 무관치 않다. LG엔솔은 이 공장을 바탕으로 테슬라를 필두로 루시드, 리비안, 프로테라 등 미국 주요 전기차 업체에 집중 공급할 예정이다.
LG엔솔에 이번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게 된 근본 배경이 글로벌 전기차 1위 테슬라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글로벌 복합위기에 따른 불투명한 경제상황을 고려, 당초 미국투자를 연기했던 LG엔솔은 테슬라 등의 강한 요구에 투자규모를 예정보다 4배 이상 늘려 잡았다.
투자규모가 대폭 늘어난만큼 케파(공급능력)도 원통형 제품으로는 역대급이다. LG엔솔의 애리조나 공장의 총 케파는 43기가와트시(GWh)다. 북미 독자 배터리 공장 중 최대 규모다.
LG엔솔은 올해 착공, 2025년에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주력 생산품목은 2170타입의 원통형 배터리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부각되고 있는 4680타입도 추후 양산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LG엔솔은 애리조나 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6개 합작 공장들과 함께 막대한 케파를 확보하는데다가, 기존 파우치형과 각형 배터리에 원통형 제품까지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 CATL, 시장지배력과 가겨경쟁력 내세워 반격 예상
LG엔솔의 이같은 공격적 행보에 중국배터리업계 리더이자 글로벌 시장 1위인 CATL(닝더스다이)과 파나소닉도 반격의 채비를 하고 있다. LG엔솔의 공세에 순순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다. 게다가 두 회사는 현재 세계 전기차업계 1위 테슬라의 주력 배터리 공급업체여서 LG엔솔 입장에선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우선 중국 배터리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CATL은 글로벌 배터리시장 부동의 1위업체다. CATL은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지원과 막강한 중국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 배터리 시장을 제패했다.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점유율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CATL은 지난해 매출이 3286억위안(약 62조4175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무려 152%나 증가한 기록적인 성장세다. 최대 라이벌인 LG엔솔(25조5000억원) 보다 두배이상 많은 규모다. 삼성SDI(20조1000억원), SK온(7조6000억원) 등 K-배터리 3사의 매출을 다 합쳐도 CATL과 10조원 가량 차이가 난다. 막대한 이익을 내며 수익률면에서도 K-배터리 3사를 압도한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40%에 육박한다.
CATL은 이같은 강력한 시장 지배력과 중국기업 특유의 가격경쟁력이 최대 무기이다. 특히 CATL은 가격이 싼 LFP계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공급한다. K-배터리 3사가 주력 생산하는 파우치형과 각형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LFP배터리는 흔한 광물인 인산, 철 등을 사용해 원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전기차업계의 가격경쟁이 심화할 수록 LFP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상대적으로 급증할게 자명하다. 자연히 이 부문에 강세를 보이는 CATL에 유리할 것이란 논리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견제용으로 실행에 옮긴 IRA도 '우회진출'이란 대응 전략으로 맞불을 놓았다. CATL은 최근 포드에 기술제휴 형태로 북미에 원통형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한 합작투자를 꾀하고 있다.
현재로선 이에 대해 '꼼수'라는 미국 중앙 정부와 CATL 유치에 적극적인 지방정부 간에 논란이 일고 있으나, 이것이 확정되면 LG엔솔을 능가하는 대규모 투자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CATL의 우회진출이 성사되면 바이든정부의 중국견제가 무색해져 CATL의 목적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지만, 결과는 알수 없다.
■ 일본배터리의 자존심 파나소닉도 무시못할 존재
한국의 LG엔솔과 중국 CATL과 빅3를 형성하며 배터리 삼국지를 펼치고 있는 일본의 파나소닉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무엇보다 파나소닉은 탁월한 기술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일본은 원래 모바일기기용 2차전지의 최강국이었다. 비록 한국기업에 시장을 내줬지만, 전통의 배터리 강국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답게 파나소닉은 기술 및 품질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배터리산업의 자존심을 유지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특히 테슬라의 최대 배터리 협력사라는게 강점요인이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배터리를 주력 공급하며 세계 배터리업계 3~4위권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테슬라가 세계 전기차 시장을 제패한 이면에 파나소닉이 큰 기여를 한 게 주지의 사실이다.
테슬라의 케파를 늘리고 판매가 호조를 보일 수록 최대 수혜자는 파나소닉이 될 수 밖에 없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자동차업체들의 후광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파나소닉은 IRA에 대응, 이미 미국내 상당한 투자를 단행한 상태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핵심파트너로서 품질력을 공인받은 것이 강점"이라며 "IRA의 시행을 계기로 세계 배터리시장 제패를 노리는 LG엔솔을 비롯한 K-배터리 3사의 잠재적 최대 라이벌은 파나소닉"이라고 강조했다.
| ▲일본 도요타가 2025년 미국서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도요타의 전기차 배터리 설명하는 아키오 도요타 사장. <사진=연합뉴스제공> |
LG엔솔의 미국 애리조나 대규모 원통형 및 LFP배터리 투자가 쏘아올린 한, 중, 일 3국간의 배터리전쟁은 향후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확실히 시장을 제패한 1위기업이 없는 현재의 배터리 경쟁구도 하에서 저마다 강점이 뚜렷해 누가 이 시장의 진정한 승장가 될 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현 상황만을 놓고 보면 LG엔솔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IRA시행 이후 미국내 전기차업체들의 한국업체에 대한 러브콜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K-배터리를 대표하는 LG엔솔은 테슬라를 비롯해 미국의 주요 전기차 전문업체들의 파트너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 케파 라인업 등 여러면에서 LG엔솔이 비교우위
IRA시행과 전기차업계의 가격경쟁으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열세였던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전기차 생산이 급증하면서 LG엔솔이 가장 효율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기업과 케파 확대에 매우 보수적인 일본 파나소닉과 달리 LG엔솔의 과감한 선제투자로 공급능력이 눈에띄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CATL에 비해 상대적 열세였던 LFP계 원통형 배터리 문제도 애리조나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간단히 해결된다. 기술 및 품질적인 문제도 없다. LG엔솔은 원통형 배터리 생산 경험이 풍부하다. 기술력면에선 CATL에 앞서있다고 자부한다. 실제 LG엔솔은 이미 1998년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며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국내 오창 공장과 중국 난징 공장에서 원통형을 대량 생산중이다.
LG엔솔 관계자는 “전기차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북미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이 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는데 맞춰 이번 대규모 투자결정이 이루어졌다"고 전제하며 "애리조나 공장이 완공되면 높은 품질의 원통형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CATL에 비해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파우치형과 각형 배터리의 높은 품질력과 대규모 공급능력을 갖춘 것도 LG엔솔의 강점으로 부각된다. 중저가 전기차엔 원통형이 주로 탑재되겠지만,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전기차업계의 프리미엄급 전기차엔 앞으로도 파우치형이나 각형이 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올인한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전기차전용공장을 설립중인 것도 장기적으로 LG엔솔에겐 호재다.
케파면에서 경쟁상대들을 압도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LG엔솔은 이번 애리조나 투자으로 캐나다 온타리오, 미국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주 등의 기존 6개 공장을 포함해 전체 케파가 무려 293GWh에 달한다. CATL, 파나소닉 등 경쟁업체들을 압도할만한 공급능력이다. 안정적으로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는데 혈안인 글로벌 전기차업체들 입장에선 LG엔솔은 가장 필수적으로 고려해야할 파트너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친환경차 열풍에 힘입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머지않아 반도체에 버금가는 초대형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시된다"며 "중국과 일본의 경쟁업체들이 케파 확충과 저가공세 등 맞대응에 나설 게 분명하지만, 미국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동북아3국간 '배터리 삼국지'에서 LG엔솔을 내세운 한국이 다소 우위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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