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미술’과 ‘보는 미술’…한국 미술 생태계의 두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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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 프리즈 [토요경제] |
프리즈와 키아프가 서울의 미술시장을 달군 뒤 시선은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와 제주에서 비엔날레가 이어지면서 9월 한국 미술계는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에서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가치를 찾는 전시의 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프리즈 서울은 5회째를 맞아 30개국·지역 130여개 갤러리를 한자리에 모았다. 나흘간 7만 명 이상이 찾았고 25개국·지역 178개 미술관과 기관 관계자가 방문했다. 기관 참여는 프리즈 서울 개최 이후 가장 많았다.
거래도 이어졌다. 국제갤러리가 유영국의 작품을 22억~25억원에 판매하면서 프리즈 서울 출범 이후 한국 작가 최고 판매가를 기록했다. 김창열과 이우환, 이배 등 한국 작가 작품도 국내외 갤러리에서 새 주인을 찾았다.
올해 프리즈는 한국 미술시장이 지난 5년간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줬다. 2022년 첫 행사에서는 세계적인 갤러리와 고가의 해외 작품이 서울에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가 화제였다. 올해는 한국 근현대 작가의 거래와 해외 미술기관의 방문이 전면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아트페어의 성적표는 결국 시장에서 나온다. 갤러리는 작가를 컬렉터와 연결하고 작품은 가격을 통해 거래된다. 어떤 작가를 선택하고 얼마에 작품을 사고파는지가 시장의 현재 가치를 보여준다.
프리즈가 끝난 뒤에도 한국 미술의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5일 개막해 오는 11월 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올해 주제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다. 본 전시뿐 아니라 광주 전역의 문화시설과 역사적 장소로 파빌리온과 프로그램을 확장했다.
제5회 제주비엔날레도 지난달 25일 개막해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 변용의 기술’을 내걸고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돌문화공원, 원도심 일대에서 전시를 펼친다. 국내외 69명·팀이 참여하며 이 가운데 제주 작가가 약 30%를 차지한다.
제주는 ‘돌·유배·신화’를 통해 섬의 역사와 자연, 신앙이 뒤섞이며 만들어낸 지역의 정체성을 동시대 미술로 풀어낸다. 제주라는 장소를 단순한 전시 배경으로 사용하지 않고 지역에서 축적된 역사와 문화를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아트페어와 비엔날레의 차이는 여기서 선명해진다.
프리즈와 키아프가 작품의 현재 시장가치를 확인하는 곳이라면 비엔날레는 아직 가격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작가와 작업에 새로운 맥락을 만든다. 갤러리가 작가와 컬렉터를 연결한다면 비엔날레와 미술관은 전시와 비평, 연구를 통해 작품을 미술사의 흐름과 연결한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대신할 수 없다.
작가가 시장에서 작품을 판매하고 지속적으로 작업하려면 갤러리와 컬렉터가 필요하다. 반대로 시장의 인기와 가격만으로 작가의 미술사적 가치를 만들기는 어렵다. 전시와 비평, 연구와 소장이 함께 쌓여야 한 작가의 작업이 시장의 유행을 넘어 지속성을 얻는다.
올해 프리즈에서 나타난 변화도 이 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프리즈를 방문한 미술관과 기관은 178곳으로 역대 최대였다. 뉴욕 현대미술관 PS1과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영국 테이트,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루이비통재단, 홍콩 M+ 등 주요 기관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았다.
이 숫자의 의미는 이들이 서울을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한국 작가를 실제로 연구하고 해외 전시에 초청하는지, 작품을 미술관 컬렉션에 편입하는지까지 이어져야 국제적인 관심이 작가의 자산으로 남는다.
올해 프리즈에서는 그 연결의 초기 사례도 나왔다. 프리즈 측에 따르면 리만머핀은 김윤신 작품을 국내 주요 미술관 컬렉션에 연결했고, 하우저앤워스와 데이비드 즈워너 역시 한국 미술기관에 작품을 판매했다. 아트페어에서 시작한 거래가 기관 소장으로 이어진 사례다.
이제 시선을 서울 밖으로 돌려볼 차례다.
광주는 ‘변화’를 이야기하고 제주는 지역의 역사와 신화가 다른 문화와 만나 변용되는 과정을 탐색한다. 두 비엔날레는 작품에 가격표를 붙이는 대신 지금 우리 사회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작품과 공간을 통해 보여준다.
아트페어가 시장의 속도를 보여준다면 비엔날레는 미술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먼저 실험한다. 오늘 비엔날레에서 낯설게 보이는 작가와 작품이 몇 년 뒤 갤러리와 미술관, 컬렉터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건강한 미술 생태계는 ‘사는 미술’과 ‘보는 미술’을 따로 키우지 않는다.
아트페어는 거래를 만들고 갤러리는 작가의 시장을 키운다. 비엔날레는 새로운 작가와 담론을 발굴하고 미술관은 연구와 전시, 소장을 통해 그 가치를 축적한다. 컬렉터와 관객은 그 사이를 움직인다.
9월 초 서울을 채웠던 프리즈의 부스는 사라졌지만 한국 미술의 가을은 이제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서울에서 작품의 가격과 시장성을 확인했다면 광주와 제주에서는 아직 가격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술의 다음 가능성을 만날 수 있다. 한국 미술의 경쟁력은 시장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이 새로운 작가를 키우고, 전시와 비평이 그 가치를 축적하며, 다시 세계 미술시장으로 연결하는 순환 구조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kimjjyy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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