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상조업 건전성 규제 전환론 부상…선수금 10조 시장 감독체계 시험대

체크Focus / 황세림 기자 / 2026-03-13 10:08:46
가입자 960만 선불식 할부거래 시장 확대…자산운용·재무건전성 관리 논의
금융위·공정위·소비자원 의견 제시…업계 “규제 속도·방식 고려해야”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선수금 10조원 규모로 커진 상조업을 두고 사후 피해 구제 중심의 현행 규제를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상조업 사업건전성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황세림 기자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조업 사업건전성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선불식 할부거래 구조를 가진 상조업의 자산 운용과 재무 건전성을 사전에 점검할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상조업은 소비자가 장례 등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일정 금액을 장기간 납부하는 선불식 할부거래 구조로 운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는 76곳, 가입자는 약 960만명, 선수금 규모는 약 10조3000억원 수준이다.

◆ 사후 피해 구제 중심 규제 한계


이날 발제를 맡은 남궁주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할부거래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신용을 제공하는 구조지만 선불식 할부거래는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신용을 제공하는 형태”라며 “업체 부실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현재 상조업 규제가 선수금 보전과 환급 등 사후 피해 구제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상조회사가 고객 자금을 장기간 운용하는 구조임에도 자산 운용이나 재무 건전성을 상시적으로 점검할 제도적 장치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선불식 할부거래는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신용을 제공하는 구조인 만큼 사후 구제 중심 규제로는 한계가 있다”며 “자산 운용과 재무 건전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방향으로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특수관계인 거래 제한, 안전자산 운용 기준 설정, 재무건전성 기준 마련 등 사전 감독 장치 도입 필요성도 제시했다.

◆ 소비자 보호 공감대 속 규제 방식 시각차
 

▲ 배문성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정책과장(왼쪽부터), 박진애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 이후정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팀장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사진=황세림 기자

토론에서는 소비자 보호 장치 강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확인됐다.

신지연 한국소비자원 법제연구팀 부연구위원은 “현재 선수금 보전 비율은 50% 범위로 규정돼 있어 실제 보호 수준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보전 비율을 상향하거나 최소 기준을 설정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정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팀장은 “소비자는 자신이 가입한 상조회사의 재무 상태나 계약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계약서와 약관, 해지 관련 문서 등을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 공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진애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은 “상조업은 금융업과 동일한 구조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소비자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며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배문성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정책과장은 “960만 소비자와 10조원 이상의 선수금이 모여 있는 시장에서 소비자 보호와 사업 건전성 확보는 중요한 과제”라며 “소비자가 자신의 상조 계약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상조업 건전성 강화와 소비자 보호 확대를 위한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된 상태다. 상조업이 장기 선수금을 운용하는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감독 체계를 어디까지 강화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 현장에서는 규제 강화 속도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제기됐다.

이창석 산림조합상조 대표는 “소비자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상조업은 영세하게 시작한 업체가 적지 않은 만큼 규제가 일방적으로 강화되면 중소 업체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단계적 제도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현용 사무총장도 이에 덧붙여 “상조업은 상위 7개 업체가 선수금의 약 90%를 운용하는 구조”라며 “법제화 내용을 일괄 적용하기보다 규모별 차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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