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연준 흔들기’에 경고음…“70년대식 대인플레 재현될 수 있다”

기업분석 / 최성호 / 2026-01-13 10:04:15
전문가들 “정치 압력에 금리 인하 강행 땐 저소득층 직격탄·美국채 이탈 가속” 금·은 사상 최고, 달러 약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1970년대 ‘대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가 확산되고 있다.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물가 급등과 자본 유출, 달러 신뢰 약화가 동시에 나타나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백악관이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할 경우 1970년대 미국이 겪었던 대인플레이션과 유사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주요 경제학자들의 경고를 전했다. 

 

아타칸 바키스탄 베렌버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도 정치적 압력에 따라 통화 초완화 정책이 추진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아서 번스 당시 연준 의장을 압박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쳤고, 석유파동과 재정적자가 겹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를 넘어서는 대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는 점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물가 급등의 충격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깃 차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금리를 지나치게 빠르게 인하하면 물가가 급등할 실질적 위험이 있으며, 가장 큰 타격은 저소득층이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 역시 “중앙은행장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거나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처벌을 시도한 국가는 아르헨티나, 러시아, 튀르키예,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이라며 “이들 국가는 모두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안이 미국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차다 교수는 “전 세계에 달러 표시 자산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만큼 달러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하면 자산 가격 전반이 동반 상승하고 실질 구매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키스탄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데이터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해외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매도하고 새로운 안전자산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일부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형사 기소 가능성에 직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금과 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4천638.2달러로 3.1% 상승했고, 3월 인도분 은 선물은 85.84달러로 8.2% 급등했다. 반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8선까지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리다며 파월 의장을 ‘미스터 느림보’라고 공개 비판해 왔다. 최근에는 연준 청사 개보수 문제를 이유로 파월 의장을 형사 기소할 수 있다고 압박했고, 파월 의장이 이를 직접 공개하면서 백악관과 연준 간 긴장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흔들릴 경우 인플레이션 재점화, 국채 신뢰 하락, 달러 패권 약화라는 복합 리스크가 동시에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중대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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