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ISA 개편안 전면 재검토 지시

정치·사회 / 조봉환 기자 / 2026-08-08 10:03:17
투자자 반발 커지자 세제개편안 급제동…‘생산적 금융’ 설계 다시 손본다
▲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3기 출범 계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 담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ISA 혜택 축소와 해외 투자 선택권 제한에 대한 투자자 반발이 커지자, 대통령이 세제개편안 발표 나흘 만에 직접 제동을 건 것이다.

8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오전 참모들과의 상황 점검 회의에서 ISA 개편안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 논란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ISA 개편안에 대해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는 취지로 질책하고 재검토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대해서도 당초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며 보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지난 3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국내 자산 투자에 초점을 맞춘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일반 ISA는 납입한도 이월 제도를 폐지하고 계약 기간도 줄이는 방안이 포함됐다. ISA는 이자·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개인 절세·자산형성 계좌다.

투자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새 제도가 국내 증시 장기투자 유도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기존 가입자의 납입 유연성과 투자 선택권을 줄인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제한 가능성도 논란이 됐다. 장기투자 계좌의 핵심은 세제 혜택과 투자 선택권인데, 정부안은 이 두 요소를 동시에 흔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세제개편안 발표 뒤 기존 ISA 혜택을 줄이고 해외 지수 투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도 투자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혜택 축소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보완 대상에 올랐다. 이 법안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주주가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러나 공개된 설계가 실제 주가 하방 압력을 막을 수 있는지, 우회로를 남기는 것은 아닌지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보완 요구가 제기됐다.

이번 지시는 정부 경제정책의 속도 조절 신호로도 읽힌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에 장기 자금을 끌어들이려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기존 ISA 혜택 축소를 먼저 체감했다. 정책 목표와 시장 반응 사이의 간극이 커지자 대통령이 직접 수정 지시를 내린 셈이다.

앞으로 쟁점은 두 가지다. 생산적 금융 ISA를 만들면서 기존 ISA의 납입 유연성과 세제 혜택을 어느 수준까지 유지할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실제 대주주의 절세 유인을 차단할 정도로 설계할 수 있을지다. 정부가 재검토안을 어떻게 내놓느냐에 따라 세제개편안의 자본시장 관련 조항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다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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