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흐름 흔들리는 ‘정몽원 체제 HL홀딩스’…‘공정위’ 못지않은 ‘재무 리스크’ (2부)

산업 / 최성호 / 2025-12-10 11:00:02
“장부상 흑자인데, 현금이 없다”…3분기 누적 재무활동현금흐름 -42억원
영업현금은 마르는데 이자·배당은 그대로… 오너 리스크로 번진 재무 구조
장기부채는 단기로… “부채 감소가 아니라 위험이 앞당겨졌다는 의미”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그룹 자금으로 자녀 펀드에 출자해 ‘사익 편취’ 의혹을 받는 ‘HL홀딩스’는 정몽원 총수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재무 구조’ 리스크와 직결돼 있음을 재무제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장부상 이익과 실제 현금 흐름 사이의 괴리는 2025년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 정몽원 HL홀딩스 회장/사진=DB

 

2025년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은 33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41억원) 대비 60% 급감했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97억원에서 –101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같은 기간 주요 현금 흐름을 보면 이자 지급으로 168억원, 법인세 납부로 78억원을 지출했다. 이를 메우는 재원은 관계사로부터 받은 배당금(106억원)과 이자수익(15억원)에 그쳤다.

영업에서 들어오는 현금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금융비용과 세금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최근 3분기 누적 현금흐름을 보면 재무 구조 부담은 더 분명하다.

3분기 누적 영업현금흐름은 +92억원으로 소폭 회복됐지만 단기차입 상환, 유동성장기차입상환, 사채발행 상환, 리스부채 상환, 배당금 지급이 동시에 이뤄지며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42억원 순유출로 마감됐다. 영업에서 일부 회복된 현금이 대부분 상환과 배당으로 다시 빠져나간 구조다.

◆ 장기부채는 단기로… “부채 감소가 아니라 위험이 앞당겨졌다는 의미”

차입구조 역시 장기 부채에서 단기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유동성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

HL홀딩스의 유동부채는 7939억원(2024년 말)에서 9021억원(2025년 3분기 말)으로 급증했다. 9개월 만에 1083억원이 증가했고 특히 유동성장기차입금은 700억원에서 1536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반면 비유동부채는 5123억원에서 3643억원으로 줄었는데 이는 부채가 줄어 ‘안전해졌다’기 보다 장기 부채가 단기 만기로 이동한 결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영업에서 들어오는 현금은 충분하지 않은데, 상환 압박은 더 단기로 몰리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재무 부담이 시간적으로 더 앞당겨진 셈이다.

그런데도 HL홀딩스는 주주친화 정책을 내세우며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배당금 지급은 약 187억원이며, 3분기 누적 기준 약 9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영업현금흐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차입과 자산 매각을 통해 배당과 자사주를 유지하는 구조는, 사실상 오너 지분가치와 주주 환원을 우선하는 재무 운용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HL그룹을 둘러싼 이번 공정위 조사와 HL홀딩스의 재무지표를 종합하면, 이번 사안은 단순히 “총수 자녀 펀드 논란”의 문제가 아니다.

총수 자녀 펀드 출자를 둘러싼 ‘사익편취’ 의혹, 취약해지는 영업현금흐름과 단기차입 의존 확대, 그 와중에도 지속되는 배당·자사주 매입 등이 서로 맞물리면서 HL홀딩스와 HL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신뢰·재무 안정성을 함께 흔드는 복합 리스크로 진화하고 있다.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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