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한미, 3천500억달러 대미투자 핵심 쟁점 여전히 교착”

정치·사회 / 최성호 / 2025-10-27 08:54:18
직접투자 비중·이익배분 구조 놓고 평행선…정상회담서 ‘결단’ 가능성도
▲해외순방중 대통령 전용기에서 의견을 밝히는 이재명 대통령/사진=자료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3천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핵심 쟁점이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양국이 지난 7월 관세 협상에서 기본 틀을 합의했지만, 직접 투자 비중과 이익 배분 구조 등 세부 이행안이 맞물리며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통상당국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현재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직접투자 비중·투자기간·이익배분 구조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타결된 관세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합의했지만 세부 조건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은 당초 투자금의 5% 이내만 현금으로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는 신용보증 형태로 충당하려 했으나, 미국은 일본과 유사한 ‘직접투자 중심의 백지수표 방식’을 요구해 협상이 교착에 빠졌다. 

 

이에 한국은 최근 직접투자 비중을 일부 상향하는 대신, ‘250억달러씩 8년 분할투자’ 방식의 장기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철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이 연간 감당할 수 있는 투자 규모는 150억~200억달러 수준”이라며 재정 및 외환시장의 부담을 우려했다.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8~10년 분할투자 시 총 2천억달러 수준의 직접투자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머지 1천500억달러는 신용보증 등 간접투자로 채우는 방안이 유력하다.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유사한 논의가 있었다”며 세부 금액 확인은 피했지만, 정부가 ‘부분 직접투자+장기 분할투자’ 절충안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투자 이익 배분 문제도 협상의 핵심이다. 당초 양국은 투자금 회수 전에는 5대5, 회수 후에는 1대9로 나누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최근 미국이 한국에 다소 유리한 ‘9대1·9대1’ 구조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여전히 2천억달러 직접투자 요구 규모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장관은 “미국 측 요구는 국민경제와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할 때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귀국길에서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금투자와 보증·보험 등 세부 구조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며 협상 막바지 국면임을 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양국 입장을 조정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정상 간 담판을 통한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는 ‘정치적 합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이 5천500억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에 서명한 사례를 의식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핵심 쟁점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부분 합의로 MOU를 체결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상 전문가는 “직접투자 비율 등 실질적 내용이 담기지 않은 합의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에 매우 가까워졌다”며 “그들이 준비됐다면 나도 준비됐다”고 발언해 기대감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세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미중 경쟁 속 외교적 우위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한미 정상회담은 이번 주, 3천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직접투자냐, 분할투자냐’의 마지막 선택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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