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쿠팡 수사 ‘통상 쟁점화’ 선 긋기…미국에 “사법 절차와 통상은 분리 관리”

기업분석 / 최성호 / 2026-01-15 08:51:10
여한구 통상본부장 방미 아웃리치 강화…디지털 규제 오해 차단·관세 리스크 동시 관리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데이브 맥코믹 상원의원과 면담,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정부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수사를 둘러싼 미국 내 ‘통상 갈등 비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방미 기간 미국 정부·의회·업계에 “해당 사안은 법에 따른 사법 절차일 뿐 통상 이슈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 디지털 규제 오해를 차단하는 동시에, 관세 리스크와 통상 협력 채널을 병행 관리하는 ‘이중 안정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상·하원 의원, 협회,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잇달아 면담하며 디지털 통상 이슈를 중심으로 대외 소통을 강화했다. 

 

핵심 메시지는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수사가 통상 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점이다. 여 본부장은 “현재 수사는 관계 법령에 따른 정상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특정 국가 또는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라는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미국 일부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해당 사안을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또는 차별’로 해석하려는 기류도 감지돼 왔다. 이에 대해 여 본부장은 한미 외교·통상 현안으로 사안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사법 집행과 통상 정책을 분리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글로벌 플랫폼 규제와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싸고 각국이 통상 분쟁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의 전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조치로 읽힌다.

여 본부장은 또한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현재 입법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법에 대해서도 미국 측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해당 법안들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불필요한 규제 장벽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 보호와 시장 질서 개선을 위한 제도 정비라는 점을 설명했다. 

 

미 의회와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설명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는 동시에, 향후 디지털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예측 가능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환경 측면에서는 관세 리스크 관리가 병행됐다.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에서 한미 정상 공동 설명자료에 포함된 비관세 합의 사항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관련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이 여타 국가 대비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 

 

양측은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상시 협의 채널을 유지하며 대응 전략을 조율하기로 합의했다.

백악관 관리예산실(OMB) 러셀 바우트 국장과의 면담에서는 관세 협상 후속 조치와 함께 조선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한미 간 투자 협력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이는 통상 갈등 관리와 동시에 산업 협력 기반을 확장하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여 본부장은 “관세 합의 이후 미국 내 한미 통상·투자 협력 기대감은 높지만, 디지털 통상 이슈와 미 대법원 판결 등 불확실성 요인을 정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 의도와 배경을 미국 정부·의회·업계에 정확히 설명하는 지속적 아웃리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방미 행보를 단순 외교 일정이 아니라, 플랫폼 규제·개인정보 보호·관세 정책이라는 서로 다른 리스크를 하나의 관리 프레임으로 묶어 통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조정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한국이 규제 주권을 유지하면서도 통상 마찰을 통제하는 균형 전략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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