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엔솔, 주한美대사관에 ‘韓기업 비자 전담데스크’ 설치 합의

국제 / 이덕형 기자 / 2025-10-01 08:43:14
조지아 구금사태 재발 방지…B-1·ESTA 활용범위 명확화, 제도 개선은 장기 과제
▲한국과 미국 양국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비자 워킹그룹' 첫 회의를 열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한국과 미국 정부가 조지아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구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주한미국대사관 내에 한국 기업 전담 비자 데스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양국은 워싱턴에서 열린 첫 ‘비자 워킹그룹’ 회의에서 B-1 비자와 ESTA를 통한 장비 설치·점검 활동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 이는 미국 투자 현장에서 불거진 해석 차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 9월 4일 발생한 미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한국인 노동자 집단 구금 사태에서 비롯됐다. 당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ESTA 및 B-1/B-2 비자를 소지한 한국인 근로자 317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장비 설치·시운전 업무를 위해 미국에 입국했으나, 미 당국은 이를 비자 범위를 벗어난 불법 근로로 간주했다. 결국 7일간 구금 후 대부분이 귀국했지만, 한미 간 외교적 파장은 컸다.

사태의 근본 원인은 비자 제도 해석의 모호성에 있었다.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은 ESTA와 B-1 비자가 단기 출장·장비 설치에 허용된다고 인식했지만, 현장 단속 기관인 ICE와 CBP(세관국경보호청)는 이를 ‘노동 행위’로 판단했다.
 

이번 워킹그룹에서 미국 측은 “장비 설치(install), 점검(service), 보수(repair)는 B-1과 ESTA로 가능하다”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 사실상 현장 집행기관과 중앙 정부 간 해석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합의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상용방문 및 비자 워킹그룹’ 첫 회의에서 도출됐다. 한국 측에서는 외교부·산업부·중기부 관계자가, 미국 측에서는 국무부·국토안보부·상무부·노동부 등이 참석했다.
 

특히 미 국무부 2인자인 크리스토퍼 랜도 부장관이 직접 참석해 한국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번 사안에 대한 미국 정부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랜도 부장관은 “한국은 미국의 주요 투자국이며, 숙련된 인력이 투자의 성공에 핵심적”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양국은 주한미국대사관 내 ‘한국기업 비자 전담데스크’ 설치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은 비자 문제 관련 애로사항을 전담 창구를 통해 직접 문의·조율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한국 외교 공관과 미 이민 집행기관 간 ‘상호 연락선’을 구축해 긴급 상황 발생 시 조기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두고 “구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응급조치이자, 장기적으로는 한미 투자 협력의 안정성을 높이는 계기”라고 평가한다.

단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미국 현장 파견 인력이 법적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사업 차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조적 제도 개선은 여전히 과제다. 한국 정부는 “근본적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으나, 미측은 “현실적 제약이 크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즉, 당분간은 전담데스크 운영과 한미 당국 간 협력 강화를 통해 개별 사안 해결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사례가 한미 동맹 내 ‘투자 보호’ 의제로 격상될 전망이다. 미국이 자국 산업 재건과 동맹국 투자를 동시에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 인력의 원활한 비자 발급은 투자 유치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국대사관 내 전담데스크 설치 합의는 조지아 구금 사태 이후 양국이 내놓은 사후적 안정 장치다. 

 

비자 해석 문제를 공식적으로 정리한 것은 한국 기업들에 중요한 진전이지만, 미국 이민법의 구조적 한계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이번 조치가 한미 동맹 차원의 경제·산업 협력에 안정성을 더하는 첫걸음이 될지, 아니면 임시방편에 머무를지는 향후 미국 내 제도 개선 의지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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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기자
이덕형 기자 1995년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경제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앵커와 취재기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고,올해로 기자 생활 31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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