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반도체 ‘수입 후 재수출’에 25% 관세…반도체 관세 전면확대 신호탄

기업분석 / 이덕형 / 2026-01-15 08:17:40
트럼프,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해 H200·MI325X 직접 겨냥…중국은 수입 통제 움직임, 글로벌 공급망 긴장 고조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립학교에서 저지방우유가 아닌 일반우유 제공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미국이 엔비디아 AI 반도체 H200 등 일부 반도체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며 반도체 수입 전반으로 관세 적용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미국 안보와 제조 역량에 기여하지 않는 반도체 수입은 조정 대상”이라고 명시했다. 중국은 동시에 H200 반입 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미·중 반도체 공급망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엔비디아 H200과 AMD MI325X 등 미국으로 수입된 뒤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미 상무부가 지난해 12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제출한 반도체 수입 안보영향 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한다. 보고서는 반도체와 제조장비, 파생제품이 미국의 기술 공급망 안정성과 국가 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조건으로 수입되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대통령에게 수입 조정 권한이 부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0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블랙웰’과 ‘루빈’과 비교해 “최상위는 아니지만 충분히 경쟁력 있는 칩”이라고 평가하며 해당 제품에 대한 관세 수익이 미국 재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 H200의 대중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판매액의 25%를 미국이 확보하는 구조를 예고한 바 있으며, 이번 포고문으로 해당 방침이 제도화됐다.

수치상 파급력도 크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개당 약 2만7천달러 수준의 H200을 200만 개 이상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경우 총 거래금액은 약 540억달러, 이 가운데 25%인 약 135억달러가 미국 몫이 된다. 이는 단일 품목 관세 수입으로는 이례적인 규모이며, 미국이 반도체를 사실상 전략 재정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 이번 조치는 단순한 관세 부과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생산·유통 구조 자체를 겨냥한다. 엔비디아의 AI 칩은 대부분 대만 TSMC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반입된 뒤 다시 해외 고객사로 공급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은 이 ‘수입 후 재수출’ 구조를 통제 지점으로 삼아 글로벌 AI 반도체 흐름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한 셈이다. 향후 미국 내 생산 비중 확대 여부에 따라 관세 면제 또는 조정 가능성이 열려 있어, TSMC·엔비디아·미국 파운드리 투자 정책이 동시에 영향을 받게 된다.

중국의 대응도 즉각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세관 당국은 최근 H200의 반입을 사실상 제한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렸고, 일부 기술기업에는 필수 목적 외 구매를 자제하라는 통보가 전달됐다. 이는 외국산 AI칩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산업 전략과 맞물려 있으며, 오는 4월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협상 지렛대 확보 성격도 동시에 갖는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관세로 압박하고, 중국은 수입 통제로 맞대응하는 이중 장벽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한국 기업에도 간접적 파급을 미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 공급망에 연결하고 있으며, 미국 관세 정책이 GPU 수요 변동성과 서버 투자 속도에 영향을 줄 경우 메모리 수요 사이클에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 압력이 강화되면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전략, 세제 인센티브 협상, 현지 생산 비중 조정이 다시 주요 경영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가까운 시일 내 반도체 및 파생 제품 전반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관세 상쇄 프로그램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품목을 넘어 반도체 전반을 통상 정책 수단으로 구조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시에 핵심 광물 수입에 대해서도 최소 가격 설정 가능성을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광물·첨단소재를 묶는 전략적 공급망 통제 프레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 고급 칩 수급 불균형, 중국 내 대체칩 개발 가속, 글로벌 서버 투자 일정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블록화가 심화되면서 생산지 다변화, 가격 변동성 확대, 기술 표준 분절화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가 더 이상 단순한 산업재가 아니라 외교·재정·안보를 동시에 움직이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 이번 관세 조치의 핵심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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