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정산 시계’ 돈다…대법 판결 지연 속 韓기업 환급 대응 비상

기업분석 / 이덕형 / 2026-02-02 08:07:38
IEEPA 관세 정산 이달 중순 본격화…정산 전후 절차 달라 실무 준비 시급
▲도널드트럼프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한국산 제품 관세의 ‘정산(liquidation)’ 시점이 이달 중순부터 도래하면서, 한국 수출기업들의 환급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관세 정산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은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선제적 실무 대응에 나서야 하는 처지다.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수입자가 신고·납부한 관세액을 통관일로부터 통상 약 314일이 지난 시점에 최종 확정하는 정산 절차를 진행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5일 이후 한국산 제품에 부과된 IEEPA 관세는 이달 20일 전후부터 순차적으로 정산이 시작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4월 5일부터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국가별 관세를 부과했으며, 같은 해 8월 7일 이후에는 이를 15%로 상향했다. 이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라 당초 예고됐던 25% 관세를 낮춘 수준이다. 해당 관세는 수입자가 먼저 신고·납부한 뒤 CBP가 사후 검토를 통해 관세액을 확정하는 구조로, 정산 결과에 따라 환급 또는 추가 납부가 발생할 수 있다.

관건은 정산 전후의 절차 차이다. 정산 이전에는 수입신고 오류나 과다 납부가 확인될 경우 ‘사후정정신고(PSC)’를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환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산이 완료되면 CBP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거나,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하는 등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경우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 부담도 커진다.

환급 청구 권한이 ‘관세 부담 주체’가 아니라 ‘수입신고자(IOR)’에게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반드시 점검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 수출기업이나 현지 법인·자회사가 IOR로 신고한 경우에는 직접 환급 청구가 가능하지만, 미국 수입자가 IOR인 경우 한국 기업은 환급을 직접 청구할 수 없다. 

 

관세지급인도조건(DDP) 거래 역시 관세 비용을 부담했다는 이유만으로 환급 청구권이 자동 발생하지 않는다. 이 경우 환급금이 미국 수입자에게 귀속될 수 있어, 사전에 계약상 환급금 배분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한편, IEEPA 관세의 적법성을 둘러싼 미국 내 법적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미 국제무역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이유로 해당 관세가 무효라고 판단했고, 항소법원도 이를 유지했다. 사건은 현재 미 연방대법원에 계류돼 있으나, 구두변론 이후에도 선고 일정이 공지되지 않아 판결 시점은 불투명한 상태다.

문제는 대법원 판단과 무관하게 관세 정산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설령 대법원이 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하더라도, 그 효력이 소송 당사자에게만 한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은 자동 환급을 받기 어려울 수 있어, 정산 시점에 맞춘 이의신청과 소송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한국 기업들은 이미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한국타이어와 대한전선의 미국 법인은 CBP를 상대로 국제무역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IEEPA 관세의 위법성과 기납부 관세 전액 환급을 요구했다. 다만 국제무역법원이 연방대법원 판결 전까지 관련 사건을 자동 정지하기로 하면서, 해당 소송들은 현재 계류 상태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산이 임박한 통관 건에 대해 수입신고자 여부 확인, 수입자와의 계약 점검, 사후정정신고 및 이의신청 기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대응 여력이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절차 이해와 비용 부담 측면에서 어려움이 큰 만큼 정부와 수출지원기관의 조력 창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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