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반도체 이어 바이오까지···美 ‘자국 우선주의’에 허리 휘는 한국

국제 / 김태관 / 2022-09-14 06:17:01
바이든식 美우선주의 ...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주도권) 행정명령에 서명
자국내 생명공학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에만 혜택 제공... 美 경제성 향상과 중국 견제
다만, 이번 정책으로 미국 기업이 수혜를 입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

미국이 자동차와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산업에까지 ‘자국 우선주의’를 채택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미국이 자동차와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산업에까지 ‘자국 우선주의’를 채택했다. 이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 내에 생명공학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에 각종 혜택을 준다는 것이 골자다.

미 백악관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시행안은 오늘(14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법안은 해외 CMO(위탁생산) 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미국 내 바이오·제약 회사들의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이전시키겠다는 목적이다. 이는 곧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의미한다.

백악관은 “미국은 그동안 바이오산업에서 해외 원재료 및 생산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며 “바이오 경제는 미국의 강점이자 엄청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 법안으로 우리나라는 당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CMO 업계 세계 1위를 달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 백신을 각각 위탁생산 중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달 미국이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현대차·기아가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이는 미국 내에서만 생산하는 배터리와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정책으로 현대차·기아는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 중이다.

같은 시기 발의된 미국 반도체법 역시 미국 내에 생산시설을 구축한 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에 반도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이미 중국에 상당한 투자를 했거나 투자를 계획 중인 우리나라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의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쑤저우의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미국의 연이은 한국기업 배제 정책으로 한미동맹 관계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방한 당시 공언했던 ‘한국기업 우대’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은 데다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의 유예를 위해 미국에서 펼쳤던 우리나라의 외교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다만 이번 ‘바이오법’으로 미국 기업이 수혜를 입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글로벌 CMO 기업은 현재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2위 론자, 3위 우시바이오로직스, 4위 후지필름 등으로 전부 미국 외 기업들이다. 오는 2025년 경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로슈’는 미국 내에 있지만 스위스 기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자체 생산공장을 가진 기업들도 점점 자체 생산공장을 줄이고 CDMO(위탁생산+위탁개발) 기업에 이를 맡기는 추세”라며 “과거 존슨앤존슨이나 암젠은 훨씬 높은 순위였으나 생산공장에 투자하지 않고 이를 R&D나 주주환원에 사용해서 기업가치를 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에서는 인텔이 비슷한 판단을 했고 다시 파운드리에 진출하고 있으나 바이오는 반도체와 다르다”며 “바이오 생산공장은 훨씬 더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CMO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수밖에 없는데 CMO 시장은 비록 매년 고성장 중이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해서 공급과잉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특히 삼성바이오의 경우 국내에 6공장까지 투자를 완료한 상황에서 굳이 미국에 재투자하면서까지 지원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이나 론자, 로슈, 더 나아가 반도체 분야의 TSMC 같은 기업들은 더는 미국의 눈치를 볼 만큼 작은 회사가 아니다”며 “당장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피해를 본다는 건 과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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