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 '군산 이야기'(17)

군산이야기 / 김병윤 / 2022-06-28 08:59:16
실향민이 즐겨 먹던 ‘군산 냉면’, 임금님 상에 오르던 ‘울외장아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아픔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일제강점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탈하고 농락했다. 군산은 그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다. 김병윤 대기자는 지난 100여 일 이런 아픔의 도시 군산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웅비하는 군산을 목도했다. 김병윤 대기자가 둘러본 ‘군산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일환으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실향민이 즐겨 먹던 ‘군산 냉면’

​▲ 군산냉면 <사진=김병윤 대기자>

 

군산에 가면 냉면을 먹어라.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무슨 얘기인가. 군산에서 냉면이라니.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머뭇거릴 수도 있다. 이런 선입견은 버려라. 먹어보면 반할 것이다. 자주 먹고 싶어질 게다.

냉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이다. 쉽게 구분이 된다. 함흥식은 비빔냉면이다. 평양식은 물냉면이다. 냉면은 북한에서 전래했다. 북한에서 즐겨 먹었다. 겨울 음식이다. 국물에 얼음을 동동 띄어 먹었다. 추위는 추위로 이기려 했다. 일종의 이한치한(以寒治寒)이었다. 추위에 몸을 떨어가며 먹었다. 그 맛에 중독성이 있다.

군산의 냉면은 평양식이다. 전통 평양식 냉면과 비슷하다. 군산 냉면은 왜 맛있을까. 평양식의 본래 맛을 간직하고 있다. 군산에는 피난민이 많다. 1·4후퇴 때 5만여 명의 피난민이 군산에 왔다. 서해안을 따라 내려왔다. 그중 2만5천여 명이 군산에 정착했다. 황해도에서 내려온 피난민이 많았다. 고향 음식이 먹고 싶었다. 냉면을 해 먹었다. 평양식 냉면이었다.

군산 냉면의 가장 큰 특징은 육수에 있다. 육수가 붉은색이다. 보통 냉면의 육수는 맑은 흰색이다. 육수부터 다른 지역 냉면과 차이가 난다. 국물 색깔이 신기하다. 왜 그럴까.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전통 간장을 사용한다. 집에서 담근 간장이다. 조선간장이라고도 한다. 일반 양조간장으로는 간을 맞출 수 없다. 맛도 낼 수 없다. 색깔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육수에 또 다른 비법이 있다.

원래 평양식 냉면은 꿩이나 닭으로 육수를 낸다. 군산 냉면은 육수 재료가 바뀌었다. 닭·소·돼지고기를 푹 삶는다. 4시간은 족히 끓인다. 육수에 고기 맛이 흠뻑 배어있다. 육수 맛이 진하다.

군산의 냉면은 보기에도 좋다. 육수에 배, 오이, 무김치, 깨 등이 섞여 나온다. 색깔이 조화를 이룬다. 갈비 양지와 닭고기가 면 위에 놓인다. 푸짐해 보인다. 보기만 해도 식욕이 돋는다. 군산에는 전통 평양식 냉면집이 몇 군데 있다. ‘뽀빠이냉면’이 유명하다. 오래된 집이다. 1954년에 문을 열었다. 테이블 2개로 시작했다. 정신국할머니가 창업했다. 황해도 출신 실향민이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싸고 푸짐하게 냉면을 내놓았다. 손님이 계속 찾아왔다. 가게는 번창했다. 군산의 대표 음식점이 됐다. 며느리가 물려받았다. 지금은 며느리의 아들이 비법을 전수받고 있다. 3대째 가업을 물려받고 있다.

냉면집마다 요리법은 다르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 고향의 맛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실향민의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담겨있다.

임금님 상에 오르던 ‘울외장아찌’
임금님이 먹던 음식이다. 군산의 특산물이다. ‘울외’는 군산에서 많이 재배한다. 성산면이 ‘울외장아찌’ 특화 마을로 조성돼 있다. 인근 도시에서도 생산한다. 정읍에서도 나온다. 전라북도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생소한 식물이다. 울외는 박과에 속한다. 한해살이 덩굴식물이다. 모양이 특이하다. 박과 오이 참외를 두루 닮았다.

​▲ 울외장아찌 <사진=김병윤 대기자>

 

울외장아찌는 밑반찬으로 사랑받고 있다. 모든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다. 개운하고 단맛이 난다. 새콤달콤 아삭아삭한 맛이다. 여름철 입맛 돋우는데 제격이다. 물말은 밥에 울외장아찌만 있어도 한 끼가 해결된다. 더위를 날리는데도 한몫을 한다. 무기질, 섬유소, 비타민 등 영양소가 많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좋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울외에 묻어있는 지게미를 씻어내기만 하면 된다. 그대로 잘라서 먹으면 요리 끝이다. 식성에 따라 참깨, 기름 등 양념을 넣어서 먹어도 된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울외장아찌는 군산의 술과 연결된다. 청주를 만들고 남은 술지게미에 담근다. 2~3개월 숙성시킨다. 술맛이 나기도 한다. 오래 숙성할수록 색깔이 진해진다. 군산에는 유명한 청주 공장이 있었다. 백화수복이었다. 울외장아찌를 만들기에 적합했다.

울외장아찌는 삼국시대 때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유층에서 담가 먹었다. 밥상의 별미로 인정받았다. 백제시대에는 임금님 밥상에 올랐다. 절임 문화가 발달한 일본으로 전파됐다. 나라(奈良) 지역으로 건너갔다. 나라 지역의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의 ‘나라즈케(ならづけ)’다. 나라스끼, 나라스키, 나나스케로 산해진미가 풍부한 군산의 음식도 불린다. 원래 이름은 나라즈케다. 나라즈케는 일본의 대표적 장아찌로 명성을 얻고 있다. 울외장아찌는 특유의 맛이 있다. 나라즈케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다. 홍보마케팅이 필요하다. 한국의 울외장아찌가 세계의 울외장아찌로 거듭날 수 있다. <계속>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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