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업계 1위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 사망사고에 관한 사과문을 발표하겠다고 한 22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또 한 명의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지난 20일 근무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난히 올해는 택배노동자 사망사고가 연이어 들렸다. 이날까지 무려 10명이 넘는 안타까운 생명이 꺼졌다. 숨진 12명의 택배노동자 중 11명은 ‘과로사’였다. 그중 세 명은 추석이 끝난 일주일 사이 목숨을 잃었다. 온라인몰의 전성기와 택배·물류 시스템 성장에는 죽음의 그림자도 함께 따라왔다.
지금껏 택배기사들은 배송뿐만 아니라 택배회사 물류 터미널에서 자신이 배송할 물품을 분류하는 작업도 직접 해왔다. 분류작업을 통해 택배물을 차량에 싣고 나서야 ‘배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가 배달 전 직접 물류창고에서 본인의 물량을 골라내는 분류작업은 노동 강도가 높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또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택배기사들의 물량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택배연대노조와 과로사대책위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여러 차례 호소했다. 이에 정부와 택배업계는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택배 분류작업에 2067명 등 하루 평균 1만여명의 추가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CJ대한통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1~29일 서브터미널 259곳에 투입한 인력은 하루 659명이다. 이들은 분류작업과는 무관한 상하차 작업을 주로 했다. 결국 말뿐인 약속이었다.
택배노동자 사망사고는 단순히 택배 분류작업 등의 일을 줄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택배노동자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도 튼튼하지 않다. 특히 산재보험의 경우 통상적으로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데, 산재보험료 지출을 꺼려하는 사업주들이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제출 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합법적으로 악용했다.
대다수 택배 사업주(보통 택배근로자와 택배 계약을 맺은 대리점주)들은 근로자와 택배 배송 계약 시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제출을 요구한다. 매달 나가는 산재보험료도 부담이지만, 만약 산재보험에 가입된 상황에서 소속 근로자가 근무 중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 처리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산재보험 미가입으로 근무 중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한 책임을 근무자에게 돌리는 셈이다.
배송비의 문제도 크다. 소비자가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들어가는 배송비는 보통 2500원 안팎이다. 하지만 이 중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몫은 건당 800원 수준이다. 나머지 1000~1700원은 터미널과 대리점 상?하차 도급업체, 간선차량 기사 등 기타 인력 인건비로 나간다.
하지만 현재는 2500원의 배송비도 비싸다. 대체로 1700~1800원대다. 이로 인해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몫은 더 줄어들게 된다. 택배기사는 일종의 개인사업자다. 부가세, 유류비 등 각종 세금과 경비는 본인 몫이다. 이것들을 제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순소득은 적어진다. 살인적인 노동 강도 속에 일하는 택배기사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고, 택배업체와 산하 대리점들 배만 불리는 셈이다.
이 때문에 택배 단가를 담합해 올려 택배기사 처우를 더욱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택배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단가 인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단가를 조금이라도 올리면 화주가 떨어져 나가고, 그로 인한 물량 감소는 택배기사 수입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관계 당국은 택배회사와 대리점의 과로 여부와 국정감사 등에서 불거진 산재보험 제외신청 대필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9일 고용노동 위기대응 TF 대책회의 모두 발언에서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주요 서브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를 대상으로 금주부터 과로 등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 긴급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12명의 안타까운 목숨은 잃었지만,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정부가 특수고용직 종사자 관련 제도를 고치고 정비하는 데 적극적인 행동을 보였으면 한다. 또한 사과문을 발표했던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택배사들도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마련한 대책들을 성실히 이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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