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아웃도어’에 열광하나

산업 / 토요경제 / 2013-03-25 11:59:44
아웃도어 ‘승승장구’ 비결은

지난 2010년 봄, 독일 아웃도어 ‘잭울프스킨(Jack Wolfskin)’ 수입사인 LS네트웍스는 독일 본사에 “아웃도어 제품의 수요가 매년 20% 이상씩 증가하고 있으니 그만큼 물량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본사에서는 이를 거절했다. 물량 더 달라는데도 거절한 이유는 ‘그만큼 빠른 속도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팔리지도 않을 물량을 시장에 풀면 브랜드 이미지만 나빠진다는 이유였다.
LS네트웍스는 잭울프스킨 본사 CSO(최고판매책임자) 마르쿠스 보취와 COO(최고운영책임자) 크리스티안 브란트을 아무런 설명 없이 서울 청계산으로 데려갔고, 그들은 한국 등산객들의 모습을 보고 두말없이 물량 증대 요청을 수락했다.


◇ 멈출 줄 모르는 ‘아웃도어’ 인기
아웃도어용품 전문업체 임원을 맡고 있는 이들은 한국에서 발견한 두 가지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우선 시내에서 대중교통(지하철ㆍ버스)으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등산할 산이 부지기수라는 것에 우선 놀랐다. 또 등산객마다 재킷ㆍ등산화ㆍ배낭ㆍ등산모자ㆍ스틱 같은 아웃도어 복장과 장비로 무장(?)한 장면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한국 아웃도어 시장은 세계 각국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들에 ‘미스터리 시장’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자료에 의하면, 국내 시장 규모는 2006년 1조2000억원에서 작년 5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6년 동안 4.8배로 급증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없다.

해당 업계에서도 아웃도어 시장 폭증세가 7년 이상 유지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최근 2~3년간 “내년에는 꺾일 것”이라고 예상했다가 수정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내수 경기가 확연히 가라앉았는데도 아웃도어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했다. 올 1월과 2월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느는 데 그쳤지만 아웃도어는 21.3% 늘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 아웃도어 용품의 ‘일상복化’
우선 소비자 연령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2000년대 중반엔 주 소비자층이 40~50대 이상이었지만 이제 20~30대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의 30대 이하 구매자 비중은 2010년 24%에서 2012년 36%로 늘었다.

아웃도어를 평상복으로 입는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몸에서 나오는 땀을 방출하고 비나 눈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 투습방수 기능을 가진 재킷은 높은 산을 등산할 때나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일상복으로 입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아웃도어 시장은 골프 의류나 캐주얼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과 2월 롯데백화점의 캐주얼과 골프웨어 매출은 각각 11%, 3.4% 감소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기존 의류업체들도 아웃도어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작년과 올해 국내에 새로 생기거나 수입되기 시작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무려 20여개에 달한다. 제일모직은 빈폴 아웃도어를 내기 시작했고, 성인용 패션 의류를 주로 만들던 형지도 노스케이프와 와일드로버를 수입해 팔기 시작했다.


◇ 추워서 찾고, 따뜻해서 찾고…
또 다른 이유는 날씨다. 머렐 판매를 담당하는 화승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들어 매출이 주춤했는데 강추위가 찾아오자 갑자기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K2 코리아도 “3월 들어 주말 날씨가 계속 좋다 보니 전년 대비 매출이 30~40% 이상씩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소비자는 혹한이면 혹한이어서, 날씨가 좋으면 좋아서 아웃도어를 구입하는 셈이다.
이정환 노스페이스 이사는 “이제 소비자는 날씨 변화가 생겨 옷을 사야 할 일이 생기면 아웃도어 매장부터 찾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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