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00원대 진입...업종별 명암 교차

산업 / 토요경제 / 2009-09-30 11:11:18
국내 차업계 긴장모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년 만에 1,100원대로 주저앉자 산업계도 환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원화가치 상승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기 안정과 지속되는 무역흑자로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수출 기업들은 그간 누려온 환율효과가 약해지면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가 1천여 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4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조사(EBSI)에 따르면 4분기 EBSI는 131.5로 3분기보다 23포인트나 급등했다.
하지만 수출 채산성 전망지수와 수출단가 전망지수는 각각 74.3와 79.4에 불과해 환율 하락세에 따른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보여줬다.

매출에서 수출비중이 60∼80%에 달하는 자동차는 환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 금융위기설'로 원화가치가 급락하자 수입차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표를 고쳐 달았던 반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계가 놀랄 정도의 판매신장세를 보인 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리면 각각 1천200억원, 800억원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으로 자체 파악하고 있다.
반대로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난다며 판매물량을 제한하는 업체까지 나타났던 수입차 업계는 판매가를 내려 시장을 넓히거나 현 가격을 유지하면서 이익을 늘릴 기회를 잡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원가나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을 통해 환율 하락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정유산업은 원유를 수입하는 구조 때문에 원화 강세로 이득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매출의 절반가량이 수출에서 나오고 있어 "예전 같지 않다"는 입장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사내에 관리위원회를 두고 환율동향을 주시하면서 환 헤지 상품 가입을 통해 환율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업계도 수출 위주의 사업구조상 환율하락이 반가울 리 없는 업종이지만 자동차나 정유업계에 비하면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데다 세계 각지에 생산체제를 구축해 놓아 환율 변동에 다른 리스크를 관리할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원화가치가 약세였던 올 1분기 실적발표 당시 "전분기 대비 5%가량 원화가 약세를 보였지만 손익효과는 1천200억∼1천300억원 정도에 그쳤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이윤우 부회장은 지난 1일 사내방송에서 "지속적인 혁신으로 가격 하락이나 환율 1,000원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확보하자"고 밝히기도 했다.
LG전자도 하반기 원.달러 환율을 1,100∼1,200원 수준으로 보고 이에 따른 준비를 해놓은 상태다.
LG전자 관계자는 "37개국 통화로 사업을 하는 데다 해외 생산이 절반가량이라 과거에 비해 환율 민감도는 크게 떨어진다"며 "다양한 통화가 모두 한쪽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헤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그럼에도 작년 말부터 여의도 본사에 워룸을 설치하고 환율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대비하고 있다.
수출중심 경제구조라고 해서 모든 업종이 환율 하락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환율하락으로 수혜를 보는 대표적인 산업이 항공업계와 식품업계다.
항공업계의 경우 연간 지출비용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항공유 구입비와 항공기 리스료, 해외지사 운영비 명목으로 나가는 외화여서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로 표시되는 재무제표는 그만큼 좋아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달러 수입보다 달러 비용이 연간 기준으로 20억 달러 더 많이 지출되기 때문에 환율 하락은 수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연평균 10원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8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밀가루 등 수입 원자재로 제품을 만들어 국내에 공급하는 식품업계도 항공업계와 비슷한 입장이다.
최대 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은 연간 곡물 수입비용으로만 10억 달러를 지출해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그만큼 원가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다만 CJ 관계자는 "통상 원자재 수입 뒤 제품 생산까지 3개월가량 시차가 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누적손실이 많은 상태"라며 "환율이 장기적으로 하락 안정돼야 회사 실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제철업체인 포스코는 "원료를 수입해 다시 수출하므로 이익과 손실이 상쇄된다"는 입장이지만 '원화강세 수혜 업체'로 분류된다.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료를 100% 가까이 수입하지만 매출에서 내수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대 1 정도로 내수가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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