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

문화·라이프 / 토요경제 / 2009-09-28 14:37:12
한 순간을 시작으로 인생에 새희망이 시작된다

그의 이야기… 프로 축구선수인 호세는 수 백만 달러의 입단 계약을 하러 가던 도중 뜻하지 않게 큰 사고를 내게 된다. 꿈을 잃고, 열정을 잃고,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흐르고, 그는 형이 운영하는 식당의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 호세와 같은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니나는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 몇 차례의 지각을 이유로 해고를 당하게 된 그녀는 정처 없이 길거리로 나서게 된다.
그와 그녀의 순간… 길거리로 나선 니나를 따라간 호세는 그녀의 임신사실을 듣고 함께 바다에 가자고 제안 한다. 그렇게 주방장 옷을 입은 그와 웨이트리스 코스튬을 입은 그녀는 함께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이 한 순간을 시작으로 둘의 인생에는 새로운 희망이 시작된다.
영화의 제목인 ‘벨라’는 어느 소녀의 이름이다. 이 아이는 하마터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그런데, 벨라를 만나려면 인내심을 조금 가져야 한다. 그 전에 만나야 하는 두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보낸 어느 하루에 동행해야 한다. 그 하루는 죄책감에 신음하던 한 남자를 위로해 주었으며, 원망으로 가득 찼던 한 여자의 마음까지 도로 돌려놔 주었다. 하물며 한 생명까지 살려냈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야 비로소 벨라와 대면할 수 있으며, 그제서야 이 소녀가 짓는 천진한 미소에 진심으로 화답할 수 있다.
현재, 10년 전, 5년 전, 그리고 다시 현재. 영화는 이렇게 시간의 챕터에 몸을 맡긴다. 그러면서 호세의 과거가 한숨짓게 하고, 니나와 함께 하는 순간이 안도감을 안기며, 둘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현재에 감사하게 만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이건 영화가 오랫동안 즐겨 사용해 온 주제다. 그만큼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졌다는 말도 된다. 하지만 이런 영화가 계속 나오는 건 그만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벨라’는 남녀의 흔한 정신적, 육체적 화학작용에 기대지 않고서도 아주 근사한 러브 스토리가 되었다. 호세와 니나가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은 여느 멜로 영화의 그것보다 더한 설렘과 감격을 안긴다. 그건 남녀의 사랑을 넘어선 또 다른 경지이다.
영화는 여기에 아주 특별한 후일담까지 들려준다. 낙태를 고려하고 있던 수십 명의 미혼 여성들이 ‘벨라’를 보고난 후 생각을 바꾸었다는 것과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들 중 여아에겐 ‘벨라’라는 이름을 지어준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건 2시간여 동안 관객의 여흥에 봉사하는 영화가 선사하기엔 매우 드문 광경이다. ‘벨라’는 영화가 스크린 밖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하나의 선례로 남은 셈이다. 2007년 토론토 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벨라’는 미국 개봉 당시 장장 6개월 이상 롱런했다.



감독: 알레한드로 고메즈 몬테베르드
출연: 에두아도 베라스테구이, 타미 브랜차드 등 
장르: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시간: 91분
개봉: 200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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