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그룹 승계작업 본격화

산업 / 토요경제 / 2009-02-16 15:14:57
금융·IT 비상장사 통해 외아들 정영선씨 지분 확대

현대그룹의 그룹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금융·IT분야의 비상장회사를 통해 외아들인 정영선씨(24세)의 지주회사 지분을 늘려가고 있는 것.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비롯해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택배, 현대유엔아이, 현대아산, 동해해운, 해영선박, 현대경제연구원, 현대투자네트워크 등 10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현 회장은 고(故) 정몽헌 회장과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외아들인 정영선씨(24)는 공익근무를 마치고 미국 유학 준비 중에 있으며, 장녀 지이씨(32)는 현대유엔아이 전무이다. 차녀인 영이씨(25)는 펜실베이아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범현대가(家)인 현대·기아차 그룹, 현대백화점 그룹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권 승계작업이 더딘 편이다.





실제로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인 선(宣) 자 돌림 3세들은 이미 상당 부분 경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의 2남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 선두주자이고 3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2007년 12월에 그룹회장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4남 고 정몽우씨의 장남인 정일선 BNG스틸 사장과 정문선 BNG스틸 이사도 경영의 최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현대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금융·IT(정보기술) 분야의 비상장회사가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총수들이 자식한테 편법으로 지분을 이동시키기 어려워지자 2,3세들이 직접 시장에서 지주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드는 현금을 확보하고 나아가 상속·증여세 재원을 마련하는 창구로 비상장사가 이용되고 있다. 특히 비상장사는 계열사와의 계속 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이윤 창출이 가능하면서도 이에 따른 법률ㆍ사회적 위험은 적다.
지난해 현대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눈길을 끄는 일이 발생했다. 그룹 택배업체인 현대택배는 지난해 8월 25일 현대투자네트워크 보유지분 4만주(20%)를 전량 매각했고, 영선씨 명의로 전량 인수됐다. 액면가인 주당 5000원씩 2억원어치다.
이에 영선씨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유엔아이 50%에 이어 개인으로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2대 주주가 됐다. 자본금 10억원인 현대투자네트워크는 현대그룹의 인수·합병(M&A) 및 자원개발 등 투자 관련 조언을 맡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향후 그룹의 숙원사업인 현대건설 인수전에 대비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다.
비상장사는 사업 시작 초기에 일찌감치 재벌총수가 자녀들한테 물려준다. 회사가 성장하거나 대규모 흑자를 낸 뒤에 증여하면 주식 수도 크게 늘고 주가도 크게 올라 증여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선씨는 현대네트워크 설립 3개월 만에 2대주주가 됐다.
비록 지분매입이 소액이지만 영선씨의 지분율이 20%로 2대 주주로 올라섰고 현대상선과 함께 현대계열사 2곳의 지분을 확보해 향후 경영 참여에 대한 발판은 마련했다는 평가다.
정영선씨에 앞서 주목받은 인물이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다. 정 전무는 2006년 비상장IT(정보기술) 회사인 현대유엔아이 상무를 거쳐 이듬해 전무로 고속승진했다.
현대유엔아이의 최대주주는 현정은 회장이다. 현 회장이 68.2%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녀인 현대유엔아이 정지이 이사는 9.1%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이익이 나서 배당을 하게 될 경우 현 회장 모녀에게 77%가 돌아간다.
정전무는 어머니인 현정은 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 2005년에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현회장의 러시아 방문길에 동행하기도 했다. 정전무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현대그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 분명하다.
한편 현대그룹은 정영선씨의 움직임에 대해 단순한 지분 정리 작업일 뿐이라며 후계구도나 경영수업 등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영선씨의 나이, 신분 등이 아직 경영권 승계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영선씨가 미국 유학을 마친 후에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포스트 현정은과 관련한 논의는 수면아래에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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