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잡는 사채 '이자제한법' 부른다

산업 / 이호영 / 2007-01-26 00:00:00
제도금융권 대출 어려운 영세서민 울며겨자먹기식 고리사채 이용

올 초에 법무부가 등록된 대부업자를 제외한 모든 금전 거래 이자를 연 40%로 제한을 골자로 한 '이자제한법'을 내놨을 때 제2금융권과 대부업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제2금융권을 이용해 왔던 서민들이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업체 쪽으로 이동하면서 서민들을 법망을 벗어난 고율의 대부업계로 몰아 오히려 더 폭리를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자제한법이 부활하면 등록했던 80%의 영세 대부업자들도 대개가 음지로 숨어들게 될 것이며,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 상태의 서민층은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자제한법으로 인한 대부업체의 음성화는 서민층의 불법 사채시장 이용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조성목 금감원 비은행감독국 팀장은 고금리 사채시장 관련 정책간담회에서 이자율 인하보다 대부시장 양성화를 주장하며 "이자율 인하와 대부시장 양성화는 양립 불가능한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사항"이라며 "이자율 인하의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대부시장 양성화와 음성시장 규제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03년 8월 서울시 강동구에 거주하는 박모 씨는 급전이 필요해 '볼펜'에 적혀 있는 대출광고를 보고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김 부장이라는 대부업체 직원은 600만원을 만기일 9월 2일로 주면서 60만원을 선이자로 떼고 540만원(대출기간 5일간 11.1%, 연 811%)을 받았다.

지난 4일에 이어 법무부가 궤도를 수정해 추진키로 한 이자제한법은 이렇듯 채무자가 미등록 대부업체로서 각종 이자율을 위반하는 업체들로 부터 고리(高利)로 시달리는 경우를 없애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에 대해 관련 대부업체들은 원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현재 거론되는 25~40%의 이자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음지에 놓인 대부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서민들은 그나마 돈 빌릴 곳도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소리다.

"어찌보면 사채라도 감지덕지"하는 상황이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 입장이다. 집값 잡는다고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이 더 까다로워진 서민층은 갈급한 심정에 사채시장으로 눈을 돌리다가 불법영업을 하거나 이자율을 사기 치는 대부업자의 손에 놀아나 대부업의 법정 제한 이자율인 66%를 훨씬 웃도는 이자율을 지급하게 되는 전철을 밟는 것도 다반사다.

현재 대부업 이용자는 무려 564만명에 달한다. 500만명 저신용자들은 또한 전국 시·도 지자체들의 감독·관리 소홀로 연 200%를 상회하는 이자율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자들이기도 하다.

사실 이자제한법은 경제적 약자 보호를 목적으로 원금이 5000원 이상의 이자에 대해 금융기관과 개인간, 그리고 개인간 금전과 기타 대체물의 대차 거래 때 이자의 최고 한도를 정하고 초과하게 되면 무효화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 62년에 제정돼 폭리 행위를 방지했다.

그러나 지난 98년 1월 IMF(국제통화기금) 요구로 '서민 금융 활성화'를 내걸고 약 40년간 시행되다가 폐지된 이 법은 9년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40대 이상 고금리 사채 이용 경험이 13.1%에 달하는 현실에서 폐지 이전 평균이자율 24~36%, 시장규모 4조원 정도였던 대부업 시장이 2004년말 평균 이자율 223%에 40조원 규모로 폭등한 상태에서 나온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대부업법 시행의 부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재산이나 소득이 적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채시장 양성화를 목적으로 2002년도 8월에 제정된 대부업법은 개인 또는 소규모 법인에 대한 3000만원 이하의 소액대부 이자율은 연 70%를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업법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평균 대출액은 등록 대부업자 419만원, 무등록 대부업자 882만원으로 무등록업자로 부터의 대출규모가 크며, 초고금리→연체발생→연체금의 원금산입→추가대출의 악순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감독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결국 지자체들의 관리와 감독 소홀로 고금리에 직면하게 된 대부업 시장은 사채 이용 서민층의 85%가 2년 안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채 이용자들은 돈을 빌려 상황을 벗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채무에 시달려왔다.

무등록 대부업체에 의한 사채 폭리 피해는 비일비재하다.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며 음식점을 경영하던 심모씨는 '무담보 일수'광고 전단지를 보고 대부업체로 부터 500만원을 매일 6만원씩 100일 동안 갚는 일수 대출을 받았다. 이 경우 이자율은 136.2%에 해당해 법정 이자율인 66%를 훌쩍 넘는다.

등록 대부업체도 법정 이자율을 넘기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 한 대부업자는 자동차를 담보로 잡고 100만원을 대부해 주며 매달 대출이자조로 5만원을, 자동차담보 보관료로 5만원을 각각 징수했는데 연 120%의 이자를 받은 경우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폭리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80% 가량이 이자제한법에 찬성하고 있다"며 "시민을 위해 고금리를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이자율을 연 40%로 제한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민노당 심상정 의원은 연 25% 제한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부업체중 등록업체까지 제한할 지 미등록업체만 제한할 것인지를 놓고도 의견 차이가 있다. 현재 시장 논리에 맞지도 않고 부작용도 크다며 재경부는 이자제한법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부업체들은 "올해 대선을 노린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며 경제 논리가 정치 논리로 좌우돼선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이참에 70%라는 대부업법상의 이자 상한선도 끌어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일고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자제한 압력이 거세지며 인하 여력이 있던 대형 업체들도 대출 금리 인하 일정을 뒤로 늦추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업체들은 "이자제한법은 대부업체들의 생존권 위협의 반대급부로 채무자들을 위하는 법률안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부업협회는 "이자가 60%로 내려가도 현재 등록 대부업체들은 96.96%가 적자로 전환되고 50%로 낮아지면 대부업체 규모와 상관없이 대규모 적자를 보게 돼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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