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나이에도 거침없이 하이킥!

산업 / 토요경제 / 2010-04-12 10:00:11
통산 17번째 우승 일구며 여전히 건재함 과시

지난 3월 21일, 서울경마공원 일요 10경주에서 최고령마(동반 출전한 ‘승유신화’도 8세)로 출전한 ‘밸리브리’(미국, 8세, 외산1군, 6조 소속마)의 아름다운 질주가 화제다. ‘밸리브리’는 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경주력을 보이며 젊은 마필들을 압도했다. 2000m 레이스로 치러진 경주에서 ‘밸리브리’는 출발 직후부터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해 ‘wire to wire’경주를 만들어내며 우승했다. 이로써 ‘밸리브리’는 개인통산 17번째 우승이자, 2연속 우승을 달리게 된 것이다. 이보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전성기를 한참 지난 ‘밸리브리’가 짊어진 부담중량이다.
통상 경주마의 전성기는 4세 후반에서 5세 전반으로 본다. 때문에 부담중량의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마령중량에서도 이 나이대의 마필들이 가장 많은 부담중량을 부여받는다. ‘밸리브리’가 이날 함께 뛴 경주마들 대부분이 4세와 5세였지만 오히려 나이가 가장 많은 ‘밸리브리’에게 최고중량이 부여된 것은 객관적 전력에서 다른 젊은 마필들을 압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8세의 나이는 역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밸리브리’를 관리하고 있는 6조 홍대유 조교사(47세, 한국체육대학교 생활체육 석사과정)는 조교사 대기실에서 경주를 앞두고 “앞으로 우승은 관심 없다”고 말했다. 소속마필의 수득상금이 수입의 전부인 조교사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라고는 쉽게 믿기지 않는 대답이었다. 이어진 홍 조교사의 답에서 그 진의를 알 수 있었다. “‘밸리브리’는 거세마라서 경마장을 떠나면 끝이다. 워낙 질주본능이 강해 승용마로 쓰기에도 적합하지 않으니 ‘밸리브리’가 있을 곳은 경마장뿐”이라며 “그저 힘닿는 데까지 건강하게 달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내 역할이지 이제 우승은 욕심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우승을 위해 ‘밸리브리’를 무리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홍 조교사의 마음은 작전지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밸리브리’의 주행습성은 선두 후미에 위치하다가 경주 막판 역전을 노리는 추입형 마필이다. 하지만 최근 경주에서는 선행을 주문한다. 앞서 달리는 말이 없어야 편하게 주행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추입성향의 마필 특성상 초반에 힘을 많이 소모하면 막판 한걸음을 보이기 쉽지 않아 이런 작전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홍 조교사는 “초반 선행을 나서야 다른 마필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막을 수 있고 그래야 부상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소중한 1승 보다는 애마의 안전 확보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밸리브리’는 주행습성 변신에 성공한 것일까? 최근 2연승을 선행으로 나서 우승했지만 경주내용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최근 2개 경주에서 ‘밸리브리’의 ‘G-1F’ 기록(결승선 전방 200m 주파기록)은 모두 12초대였다. 2월 경주에서는 12초 플랫으로 통과했으니 여전히 경주 막판에 힘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밸리브리’를 전담으로 진료하고 있는 강승구 수의사는 “현재 ‘밸리브리’의 상태는 매우 좋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8세지만 근력상태는 6세정도 마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도 꾸준한 경주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한물갔다”고 평가한 일부 전문가들을 머쓱하게 만들 진단이다.
그렇지만 ‘밸리브리’의 앞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번 경주에서 60kg을 달고도 우승했으니 다음경주에서 더 높은 부담중량이 부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어깨부상에서 이제 막 회복단계에 들어 서서히 예전 기량을 되찾고는 있지만 높은 부담중량을 계속 부여받는다면 한계에 복착할 것이라는 게 경마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밸리브리’가 지금까지 짊어졌던 최고 부담중량은 지난 2008년도의 62kg이 최고였다. 이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경주마가 짊어진 부담중량 중 가장 무거운 중량이다.
하지만 ‘모든 경주마들이 결승선을 같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모토로 부담중량을 부여하는 핸디캡 전문위원들이 이런 사정을 봐줄리 없다. 결국 모든 것은 ‘밸리브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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