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은총재 "중앙은행, 권한없이 손발묶여"

산업 / 토요경제 / 2010-03-25 12:24:05
"대출금리는 서민이 부담스러운 정도는 돼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으로서 한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강한 문제제기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성태 총재는 지난 24일 저녁 한은 본점에서 열린 출입기자 송별만찬에서 '한은의 자산가격 안정 기능'에 대한 질문에 "중앙은행은 자산가격에 문제가 있어도 (시중)은행에 대출하지 말라고 닥달할 권한이 없다"며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밖에 수단이 없는데 (정부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말고 안정을 꾀하라고 한다. (한은의) 손발이 묶인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한은이 (위기 시) 긴급자금을 지원하는데 현 구조에서는 중앙은행의 처지가 아주 고약하다"며 "(한은이) 자금지원을 반대했다가 나중에 망하고 나면 책임을 져야 한다. 돈은 중앙은행에서 나오는데 결정은 다른 쪽에서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금융기관에 대한 중앙은행의 감독·조사권을 제한하고 있는 한은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불안요인이 커지지 않는 지 판단해야 하고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며 "감독당국의 자료를 가져와 분석하면 된다고 하는데 월말 보고서를 실증 분석하기 위해 (감독당국에) 보완 자료를 요청하면 왜 달라고 하느냐고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에 수단은 하나도 주지 않으면서 자산가격 안정과 금융안정 등 숙제만 많이 준다"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기획재정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 행사에 대해서도 "'법에 열석발언권이 있는데 뭐 (어떻느냐)'는 말인데, 만약 법이 잘못됐다면 법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가 낮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후임자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면서도 "(현 기준금리) 2%는 기관투자가 수준이고 서민이 대출을 받는 데는 좀 더 부담스러운 수준이 돼야 한다. 그 수준이 얼마인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통위원의 임기와 관련, "임기를 더 늘리고 1년에 1명씩만 바뀌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기 동안 최선을 다 했느냐'는 질문에는 "내 능력의 80%만 했다"며 "능력의 100%을 다 하면 힘만 들고 주변에 민폐를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한은에 있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1만원권 발행이 불발된' 사건을 꼽았다. 그는 "1972년 당시 1만원권 신권의 주 도안이 석굴암 본존불이었는데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대운동이 일어나 결국 발행이 취소됐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권통치에 대한 민주주의 요구와 종교문제가 겹치면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1997년 한은법 개정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일에 대해서는 "당시 기획부장이 당연직 비대위원장이어서 맡게 됐지만 본래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투쟁형'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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