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모두 중징계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은 올 초, 사회 전반에 큰 물의를 빚었던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과 관련하여 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행장은 국민은행의 도쿄지점 부당 대출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산시스템’ 사건은 아직 심의 전
대규모 정보유출 사건이 벌어졌던 카드사 사태와 관련하여 KB국민카드는 무려 5천만 건 이상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으며, 분사당시 넘어간 1천만 건이 넘는 KB국민은행의 고객 정보도 함께 유출됐었다. 임 회장은 이러한 사건이 벌어졌던 지난 해 6월 당시 KB금융지주사장으로 있었으며, 이는 금융그룹 고객정보관리인에 해당하는 직위다. 또한 임 회장은 당시 국민카드의 분사도 총괄하고 있었다.
정보유출 사건은 현재 현오석 부총리는 물론 신제윤 금융위원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 요구가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계에서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사안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따가운 책임추궁 논란을 해당 금융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통해 돌파하고자 하고 있어 임 회장에 대해 중징계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상황이었다.
임 회장은 이에 대해 시간을 갖고 당국에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호 행장 역시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 대출 당시 리스크 담당 부행장이었기에, 해당 사안에 대해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관련해서는 조사를 받던 직원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발생한 만큼 강력한 처벌과 법적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감원은 오는 26일 예정된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다. 당초 주의적 경고 이상의 징계가 예상되었지만, 금융당국이 이미 이들에게 중징계를 통보함에 따라 이후의 후속 조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서도 특별검사가 끝남과 동시에 KB 측에 대한 추가적인 징계조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현재까지의 조사에서 리베이트 의혹 등에 대한 정황은 찾아내지 못했지만 금융그룹 내부통제시스템의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감원 … ‘중징계’ 결정, “낯설지 않아!”
금감원은 이미 지난 4월,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승유 전 하나은행 회장에게 각각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와 주의적 경고 상당의 경징계를 내린 바 있다. 금감원은 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당시 그룹 회장이던 김 전 회장의 지시로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해 60여억 원의 손해를 발생시킨 것과 관련하여 이 같은 조치를 결정했다.
이때 하나은행은 김 행장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에도 불구하고 경영공백으로 인해 조직에 피해가 올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내년 3월까지인 김 행장의 임기를 보전키로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자리를 지킨 금융권 수장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KB, ‘대규모 인사이동’도 가능
그러나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비해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있는 KB의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경우 금융당국이 단호하게 중징계를 결정한다면 상당한 인사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지난해 7월 각각 임명됐으며 오는 2016년 7월까지가 임기다. 잔여 임기가 많은 만큼 고려해야할 상황도 많다. 게다가 이들을 포함해 KB는 금융당국으로부터 100여명이 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져 인사이동의 폭도 상당할 전망이다. 여기에 곧 임기만료를 앞둔 임원들도 있다.
굳이 금감원의 징계가 아니더라도, 전산시스템 문제로 촉발된 임 회장과 이 행장간의 갈등으로 누군가가 물러나게 된다면 그와 관련한 대대적인 물갈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KB금융의 혼란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단순한 집안싸움이나 권력 다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금융그룹 내부의 일이 외부로 불거진 만큼 조용한 수습은 이미 늦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편, 임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방침이 전해지며, 금융감독원과 KB금융 역대 CEO 사이의 악연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으로 초대 통합 은행장에 올랐던 김정태 전 은행장 이후 최고경영자들이 모두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김 전 행장은 지난 2004년, 국민카드 합병과 관련해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를 받았다. 당시 임기를 한 달 남기고 있던 김 전 행장은 임원 취업을 제한하는 문책경고를 은행장 중 최초로 받게 됐고, 세 번째 연임에 도전하던 목표를 접어야 한다.
2009년에는 황영기 전 회장이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에 재직하던 시절 1조원대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손실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황 회장의 뒤를 이은 강정원 전 은행장은 부실 대출과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손실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고, 직전 회장이었던 어윤대 전 회장 또한 주주총회 안건 분석 기관인 ISS에 미공개 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전임 경영자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에 대해서는 그때마다 항상 논란이 있어왔다. 특히 황영기 전 회장의 경우는 이후 소송을 제기하여 금감원에 승소하기도 했다. 때문에 금융그룹 경영자에 대한 징계를 통해 정권과 금융당국이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관치’라는 시선과 비난도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KB 임영록 회장은 물론 하나은행 김종준 은행장의 경우도 금융권에서는 “징계를 판단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할 일이지만, 중징계까지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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