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LH, '손 안대고 코풀기?'

산업 / 토요경제 / 2012-04-02 11:44:01
강매역 적자 지속 시…고양시민 세금 충당할 판

[온라인팀] 최근 경의선 복선화로 폐쇄된 강매역 신축 사업비 부담을 둘러싸고 경기 고양시 원흥보금자리주택지구 입주예정자들이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고양시가 강매역의 운영비 적자분을 보전해주는 협약서를 체결해 문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현행 지방재정법상 지방자치단체에 채무부담의 원인이 될 계약의 체결이나 그 밖의 행위를 할 때에는 미리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당시 제5대 고양시의회 의원들은 협약서 체결 직전 의회의 의결은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9년 강매역 신설 타당성 조사 용역보고서에는 강매역의 30년간 총비용에서 적자가 341억원에 달해 재무적 타당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손실 보전 협약서 체결
고양시가 2010년 지방선거 직후 강현석 전 시장 퇴임을 며칠 앞두고 강매역의 운영비 적자분을 보전해주는 내용의 협약서를 체결해 수백억원의 혈세를 낭비할 처지에 놓였다.


더구나 협약 체결 전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관련규정조차 무시하고 서둘러 협약서에 서명해 시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9일 고양시에 따르면 LH,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공사, 고양시는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2010년 6월 23일 LH가 133억원을 투자해 강매역을 건설하고 한국철도공사가 강매역을 운영, 적자가 발생할 경우 고양시가 최대 30년간 손실을 보전하는 협약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2009년 6월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의 ‘경의선(화전~행신간) 역 신설 타당성 조사’ 용역보고서는 ‘강매역의 30년간 총비용은 615억원(건축비 포함), 총수입은 274억원으로 적자가 341억원에 달해 재무적 타당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적자 예상액에서 LH의 강매역사 건설비용 133억원을 제외하고도 고양시가 적자운영 보전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200억원이 넘는 셈이다.


협약서는 또한 3년 이상 흑자가 발생할 경우 고양시의 적자부담 의무가 소멸되도록 명문화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을 한국철도공사가 맡고 있고 유지 보수비가 매년 증가, 인근 역이 강매역과 가까운 것 등을 감안하면 흑자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강매역 건설비용은 LH가 원흥보금자리주택지구의 광역교통개선부담금으로 충당하는 상황에서 자칫 강매역의 적자운영이 장기화될 경우 운영비마저 고양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판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흥보금자리주택에 인근 경의선 역사 신설비용을 부담시키자 아파트 분양계약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 당시 LH와 고양시 등에 따르면 고양 원흥지구는 그린벨트 내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전체 3개 블록, 7개 주택형, 3183가구를 공급하고 있었다.


그러나 LH가 원흥지구에 인근 경의선 강매역 역사건립 비용 150억원을 ‘광역교통개선부담금’ 명목으로 분양가에 포함시킨 것이 알려지자 일부 계약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LH는 물론 강매역을 지역구로 둔 김태원 국회의원(한·덕양을)과 원흥지구가 지역구인 손범규 국회의원(한·덕양갑)의 홈페이지, 고양시 담당부서에는 강매역 건립비용 부담을 항의하는 글과 전화가 이어졌다.


아이디 ‘호레이쇼’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일산방향의 강매역보다 서울방향의 화전역을 주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행신지구 주민이 부담하지 않고 평균 3km 이상 떨어진 원흥지구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원흥지구 계약자 유모씨도 “보통 교통개선부담금은 택지개발지구 입주민들이 혜택을 보게 될 도로와 철도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민 보금자리 주택이라면서도 주민들에게 별 혜택도 없는 역사비용을 부담시켜 분양가만 높였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3.3%당 720~860만원 선에서 공급되는 원흥지구는 작년 10월 10~20일 일반분양 본청약 모집 결과 500여 가구가 미달됐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고양시의 경우 최근 개발이 진행 중인 삼송, 지축, 원흥, 향동지구를 하나의 권역으로 두고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을 부담시키고 있다”며 “원흥지구를 제외한 3개 지구가 공동부담하고 있는 시도 79호선과 신도시~신사동간 도로의 가장 큰 수혜지역은 원흥지구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한편 강매역은 1974년 개통한 간이역이었으나 경의선 복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행신역과 불과 1km 거리도 채 못 돼 폐쇄됐다. 이후 인근 행신지구 서정ㆍ소만마을 주민들이 역 신설과 재개통을 요구해왔다.



◇고양시의회, 협약서 관련규정 위반 지적
당시 체결된 협약서가 관련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지방재정법 제44조(채무부담행위)는 “지방자치단체에 채무부담의 원인이 될 계약의 체결이나 그 밖의 행위를 할 때에는 미리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당시 제5대 고양시의회 의원들은 “협약서 체결 직전 의회의 의결은 없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선의 A의원은 “협약서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다”며 “관련규정을 위반했다면 협약서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현석 전 시장은 “법률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다”라며 “서정마을을 중심으로 인근주민들의 역사 존치 요구가 많았기 때문에 협약서를 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도 “적자가 날지 흑자가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협약서 체결 전 시의회의 의견까지 물어야 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로부터 공항철도 추가역사의 운영비 부담 압력을 받고 있는 인천시의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지방의회 의결 없이 운영비를 시가 집행하겠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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