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 프로축구 포항, 달라진 스토브리그

문화라이프 / 박진호 / 2015-01-09 14:01:42
‘효율 운영’에서 통 큰 행보로 입장 전환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이규빈 기자] 국내 여름 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한 시즌 동안 최선의 노력을 펼쳤던 선수들에게는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는 수확의 계절이다. 각 구단 역시 내년 시즌 성적을 위해 전력강화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다. 2015년의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 그동안 인색한 행보를 보여 왔던 대표적인 구단들의 움직임이 이채롭다.


인색했던 두산은 잊어라
프로야구 두산베어스는 그동안 선수영입과 관련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대표적인 구단이다. 역대 FA시장에서도 두산 출신이었던 홍성흔과 이혜천을 잡았던 것을 제외하면 외부 FA를 영입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기존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에서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선수에 대한 가치 판단은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일부 선수들은 구단과의 연봉협상 과정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러나 올 시즌 두산의 모습은 다르다.
2년 연속으로 사령탑을 바꾸게 된 두산은 올 시즌 FA시장에서 롯데의 장원준에 84억 원을 투자하며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FA시장 과열로 ‘100억 설’이 등장했던 장원준과 관련해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 등 FA시장에서 전통적인 강세를 보인 구단과 신흥 강자로 떠오른 구단의 견제가 있었지만 한국프로야구가 시작된 이래 단 한 번도 외부 FA를 영입하지 않았던 두산이 ‘통 큰 배팅’에 성공하며 선수영입에 성공했다.
장원준의 영입과 관련해 주목받은 선수는 대체선수로 팀을 옮긴 정재훈보다 내년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김현수와 오재원이었다.
올 시즌 FA 영입에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된 두산이 내야 유틸리티 자원인 오재원과 팀의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 잡은 김현수를 내년 FA시장에서 지킬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예상보다 한 발 앞선 연봉 계약으로 내년 FA시장에서 ‘집토끼 지키기’에 만전을 기할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예비 FA 김현수-오재원에 연봉 11.5억
두산은 지난 4일, 오재원과 연봉 4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1억 7000만원이었던 오재원의 연봉은 무려 135% 이상이 올랐다. FA를 제외하고 팀 역대 최고 인상액이다. 오재원은 지난해 5홈런 40타점 33도루와 함께 타율 0.318을 기록하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표로 나서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문제도 해결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오재원의 연봉 상승은 그동안 두산이 보였던 행보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하루 만에 김현수와의 연봉협상에서 오재원의 역대 최고 인상액 기록도 바꿔버렸다.
두산은 5일, 김현수와 7억 5000만원에 2015년 연봉을 합의했다. 지난해 4억 5000만원에서 66.7% 인상된 김현수는 3억 원 인상으로 오재원의 2억 3000만원 인상을 하루만에 2위 기록으로 밀어냈다. 2014년 17홈런 90타점을 기록하며 타율 0.322를 기록한 김현수는 데뷔 후 8년 동안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를 잡아왔다.
오재원과 김현수는 모두 내년 시즌을 마치고 FA를 취득하게 된다. 전력강화를 노리는 나머지 9개 구단에게 두 선수는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다. 이러한 가운데 두산이 FA를 앞둔 두 선수에게 상당한 연봉을 지급하며 ‘FA유출은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외부 FA를 영입할 경우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의 기준이 전년도 연봉인 만큼 오재원과 김현수를 영입하려는 팀들은 급격히 인상된 두 선수의 연봉에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두산은 그동안 예비 FA선수들에게도 예외 없이 성적과 구단 상황을 중심으로 계약을 이어왔다. 이른바 ‘FA프리미엄’은 없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오재원과 김현수에게는 달랐다. 특히 오재원에게는 올 시즌 주장까지 맡겼다. 전년도 주장을 FA시장에서 잡지 못하는 것은 팀의 위상과 이미지에도 타격이 크다. 때문에 두산이 예비 FA와의 관계 설정에서 선수에 대한 직접 투자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포항스틸러스의 외국인 선수 티아고
포항, ‘쇄국축구’를 버리다
프로축구 K리그의 포항스틸러스가 지난 4일, 측면 공격수 티아고를 완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포항은 다음 시즌을 앞두고 안드레 모리츠, 라자르 베실리노비치에 이어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확정지었다. 아시아쿼터를 제외한 외국인선수 한도를 모두 채운 것이다.
사실 국내 프로리그에서 이러한 계약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계약이 주목을 받는 것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 포항이기 때문이다.
포항은 지난 2012년 지쿠, 아사모아, 조란 등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뽑아 운영한 후 이어진 두 시즌을 외국인 선수 없이 보냈다. 선수단 규모의 축소와 함께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지 않으며 모기업 포스코의 경영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팀 성적에 절대적인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를 생략한 포항은 ‘쇄국 축구’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없이도 승승장구 하는 중에도 포항을 이끄는 황선홍 감독은 ‘쇄국 축구’라는 말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감독 의지에 의한 외국인 선수 배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들로만 운영한 포항은 2013년 K리그와 FA컵을 제패하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던 다른 구단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기 탈락했다.
엷은 스쿼드로 모든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었다. 포항 구단의 장성환 사장은 2013년 더블 달성에 고무되어 2014년에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3관왕에 나서겠다고 천명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모리츠와의 계약을 발표했다. 모리츠는 한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에서 이청용과 함께 뛰기도 했던 선수다. 시즌이 끝나자 포항은 세르비아 특급 골잡이로 평가받았던 라자르의 영입을 발표했고, 이번에 티아고를 합류시키며 세 시즌만에 ‘쇄국’을 버리게 됐다.
투자 없는 명문 구단의 변화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프로축구 포항스틸러스는 두 종목에서 각각 전통의 명문 구단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두산은 프로야구 원년 우승을 차지한 후 1995년과 2001년에 정상에 올라 우승을 기록한 것은 단 3번밖에 되지 않지만, 충성도 높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팜 시스템 운영 등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성남FC에 이어 가장 화려한 우승의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 역시 프로 이전부터 축구에 잔뼈가 굵었던 팀으로 K리그 최초의 클럽 하우스와 전용구장 등 인프라를 구성하고 선수를 육성한 선도적인 구단으로 평가를 받았다.
두 팀은 선수 구성에서 ‘화수분’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외부로부터 ‘빅 네임’의 선수를 수혈받기 보다는 내부 시스템을 통해 깜짝 스타를 키워냈다. 두산은 ‘화수분 야구’로 유명했고, 포항은 ‘유소년 시스템’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그러나 성적으로 직결될 수 있는 투자에 전통적으로 인색했던 두산과 최근 지갑을 닫아야 했던 포항은 ‘투자 없는 구단’이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도 들어야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을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으로 마쳤다. 두산은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고, 포항은 전반기 내내 질주하던 1위에서 미끄러져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을 뿐 아니라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간 접전 끝에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실패했다.
절박해진 두 팀은 결국 변화를 선택했다. 2015년 시즌에서 두산과 포항이 투자에 대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도 관심이다. 또한 팀을 이끄는 두산과 포항의 김태형 감독과 황선홍 감독도 팀의 투자에 대한 성과에 대해 책임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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