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2000원 선 결국 ‘훌쩍넘어’

산업 / 이완재 / 2011-07-18 08:56:20
정부무능·정유사무책임·주유소무원칙 '3無'…소비자 불만가중

기름값 파동이 쉽게 안정화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만 그 고통을 껴안은 채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정유사들의 기름값 100원 할인기간이 종료됨과 동시에 휘발유값이 우려했던 2000원선을 넘어섰다.
지난 3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던 기름값 100원 할인이 이번달 7일부터 종료됨에 따라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서서히 들썩이고 있는 것. 정부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기름값 2000원은 하루 만에 ‘빈말’이 됐다.
지난 1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3일 전국 보통휘발유의 ℓ당 평균가격은 전일 대비 2.88원 상승한 1931.04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름값 할인 마지막날인 지난 6일과 비교해 9.18원 오른 것으로 정유사들의 기름값 환원 조치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기름값 할인이 종료된 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 전국 주유소의 가격추이를 살펴보면 소비자들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우선 지난달 말부터 1921원선에서 줄곧 꿈적도 않던 전국 휘발유값은 할인시행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1921.86원을 끝으로 ‘이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7일 0시를 기해 기름값 환원이 이뤄졌지만 오히려 이날 휘발유값은 ℓ당 1919.33원으로 전날보다 하락하면서 192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8일부터 사흘동안 인상폭이 1.57원에 그친 기름값은 11일(1923.2원)에는 전날에 비해 1.13원 오른데 이어 12일(1928.16원)에는 인상폭이 전날의 4배가 넘는 4.96원을 기록했다. 이어 13일(1931.04원)에는 가격상승폭이 2.88원으로 급감했다. 기름값 환원 일주일 동안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는 애매모호한 가격흐름을 보이며 8일 이후 6일째 상승하고 있다.


◇정유사 눈치만 볼 뿐 ‘무책임’, 주유소 가격산정 ‘무원칙’

이같은 가격추이는 기름값을 올릴 땐 재빨리 올리고 내릴 땐 뒤늦게 내린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불거질 만하다. 기름값 환원 조치에 주유소들이 민첩하게 반응하는 지금과는 달리 3개월 전에는 인하폭이 매우 미미했다.
예컨대 기름값 할인 전날인 4월6일 전국 평균 휘발유가격은 1970.93원에서 다음날인 7일(1955.8원) 15.12원을 인하했고, 이튿날인 8일(1949.64원) 추가로 6.16원을 내렸지만, 9일(1946.93원) 이후에는 소폭의 등락만 거듭하다 4월말까지 불과 1원 안팎을 내리는데 그쳤다.
당시 주유소들은 할인제도 시행 이전에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은 물량이 재고로 남아 있어 비싼 값에 사들인 휘발유를 싼값에 팔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3개월 내내 기름값 인하폭은 실제 100원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례로 석유가격 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는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주유소 판매가격과 2주정도 시차가 있는 국제 휘발유 가격은 4월 첫째주와 7월 첫째주 ℓ당 각각 846.20, 790.6원으로 ℓ당 55.61원 하락한 점을 감암할 때 주유소 판매가격이 약 155원 인하돼야 하지만 1만1927개의 주유소 중 155원 이상 인하한 곳은 0.25%(30곳)에 불과했다.
당시 공급가 인하방식을 채택한 정유사(SK에너지 제외) 역시 4월7일 이후 3개월 동안 휘발유 공급가격 인하폭이 GS칼텍스는 76.68원, 현대오일뱅크 57.55원 에스오일 83.54원으로 100원에는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들은 기름값 할인이 끝난 지금은 다시 정부 눈치를 보며 공급가 인상을 저울질중이다. 일부는 이미 주간단위로 ℓ당 20~40원씩 인상해 100원으로까지 환원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정유업계에서 본격적인 기름값 환원조치가 취해질 경우 유가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제유가 동향주시…정부 개입여부 관심

하지만 정부는 유통시장 감시 강화 외에는 별도로 후속대책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3개월전 정유사에 대한 ‘팔 비틀기식’으로 100원할인을 강제로 이끌어낸 정부는 업계의 반발이 부담스러워 이마저도 지금 꺼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세금인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관계부처간 조율도 미진하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원유 할당관세 인하를 검토할 뜻을 밝혔지만, 세금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박재완 장관이 ℓ당 20원 인하는 세수만 줄어들뿐 효과는 미약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절했다.
이같은 유가시장의 혼란을 틈타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주유소들도 적지 않다.
인천 남동구의 시청 앞에 위치한 한 주유소는 지난 9일 휘발유가격이 ℓ당 1877원으로 기름값 환원 이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다음날 곧바로 1927원으로 하루만에 50원을 올렸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가격을 인상하기도 전에 먼저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의 지역에서는 휘발유가격이 ℓ당 2300원에서 1원 부족한 2299원에 판매하는 주유소들이 심심찮게 등장했다. 정유사들의 본격적인 환원 조치 이전부터 일부 주유소들이 임의로 먼저 ‘자발적인’ 환원에 나선 것이다.
이제 기름값 정상화에 대한 관건은 국제유가 동향과 정유사들간의 공급가격 환원속도에 달려있다. 특히 정부가 2000원선을 넘긴 이 시점에 어떤 현명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기름값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당장 소비자들의 가계부담이 안정화 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름값이 다시 3개월만에 정부의 무능, 정유사의 무책임, 주유소의 무원칙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기름값을 둘러싼 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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