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대한민국] 서울 용왕산에 울려퍼진 노래 '섬집아이'

다시 뛰는 대한민국 / 김병윤 기자 / 2022-04-26 09:13:01
토요경제 인터뷰| 버스킹 가수 백지선 "내 노래가 코로나에 지친 모든 이에 희망이길"
 음악으로 코로나에 지친 삶을 위로하는 버스킹 가수 백지선 씨. 사진 김병윤 기자
음악으로 코로나에 지친 삶을 위로하는 버스킹 가수 백지선 씨. 사진 김병윤 기자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벚꽃이 흩날린다. 꽃비가 되어 떨어진다. 머리에는 눈꽃이 쌓인다. 4월의 어느 날 풍경이다. 이제 4월이 간다. 벚꽃의 향연을 뒤로 한 채. 가는 길이 아쉽지 않다. 어차피 가는 세월. 미련 없이 떠난다.


5월이 온다. 계절의 여왕이다. 5월은 얘기한다. 4월아 고생했다. 벚꽃아 아쉬워 마라. 삶에 지친 인간을 위로하느라 수고했다. 너의 삶은 내년에 또 이어지리니. 숲속의 대화이다. 계절의 너그러움이다. 자연의 위대함이다. 가고 오는 세월이 뭐 그리 중요한가.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자연은 알려준다. 인간아 탐욕하지 마라. 너의 탐욕이 삶을 힘들게 할지어다. 우매한 인간은 모른다. 자연의 엄중한 경고를. 나만이 잘났다는 자만에 빠져 산다. 인간의 자만은 재앙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질병이 창궐했다.


이게 뭐야 할 때는 이미 늦었다. 수많은 사람이 생을 마감했다. 남은 사람은 통곡한다. 쓰라린 상처를 가슴에 안은 채. 코로나는 이렇게 인간의 삶을 바꿔 놓았다. 지난 2년간의 세월. 인간은 코로나의 빗장에 갇혀 살았다.


코로나를 떨치려고 무진 애를 썼다. 쉽지 않았다. 코로나는 모습을 바꿔가며 인간을 농락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나약한 인간은 그래도 발버둥 친다. 어떻게든 코로나를 극복하려고. 조금씩 가능성이 보인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한다. 조금만 더 참자고. 어떻게든 견뎌내야 한다고. 보통사람들의 이런 노력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음악으로 코로나 치유에 나선 여성이 있다. 간호사 출신의 백지선(64) 씨다.


백지선 씨는 전남대 간호학과 출신이다. 간호조산사로 근무했다. 조산원도 개업했었다. 아기 탄생을 수 없이 지켜봤다. 생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코로나로 생을 마감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백 씨는 간호대 재학시절 통기타를 튕겼다. 음악의 선율에 푹 빠졌다. 바쁜 업무 속에도 기타를 놓지 않았다. 2005년에는 여성 록그룹도 구성했다. 5명으로 구성된 해피데이였다. 3년간 활동했다. 구성원 중 한 명의 질병으로 해산 했다. 그래도 음악을 놓을 순 없었다. 혼자 활동을 했다. 작사 작곡에 몰두했다. 2018년 2곡을 발표했다. 앨범도 제작했다.


2019년 9월 버스킹을 시작했다. 남편의 권유였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부끄러워서. 남편이 용기를 줬다. 앰프를 사주며 강력추천 했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관객의 반응이 좋았다. 힘을 얻었다. 보람도 느꼈다. 일주일에 2~3번씩 공연을 했다.


공연 맛에 빠져들 때 코로나가 발생했다. 2020년부터 공연은 중단됐다. 속절없는 기다림이었다. 우울감이 왔다. 만사가 귀찮았다. 가정의 분위기도 나빠졌다. 남편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음악연습에 빠져 보라고. 음악에 빠져드니 우울감이 사라졌다. 가정에도 활력이 넘쳤다. 기다림의 미학을 배웠다.


다시 공연을 시작했다. 2021년 9월. 덕수궁 돌담길에 다시 앉았다. 첫 공연의 설렘을 떠올렸다. 마스크를 쓰고 불렀다. 혼신의 힘을 쏟았다. 절규하듯 불러댔다. 코로나여 어서 떠나라고. 노래는 조용했지만 울림은 컸다. 11월까지 3개동안 정신없이 보냈다. 여기저기를 다녔다. 겨울에는 멈춰 섰다. 충전을 위한 시간이었다.


2022년이 밝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버스킹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기대는 희망으로 돌아왔다. 모진 추위가 물러난 4월. 서울 양천구 목동 용왕산에 벚꽃이 만발했다. 새싹이 돋아났다.


공연을 시작했다. 숲속에 몸을 맡기고 조용히 입을 뗐다. 동요 섬집 아기를 불렀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산책 나온 사람이 몰려왔다. 박수가 쏟아졌다. 중년 부인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유는 모르겠다. 옛 추억이 떠올랐을까. 코로나에 지친 삶이 너무 힘들었을까. 아무래도 좋다. 백 씨의 버스킹은 치유제 역할을 했다.


백 씨는 사명감에 불타있다. 버스킹이 자신 만족만은 아니라고 느낀다. 코로나에 지친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믿는다. 코로나는 고통과 희망이라는 양면성을 주었다. 백 씨는 희망호의 선장으로 오늘도 음악을 선사한다. 코로나와의 영원한 이별을 기대하며.


 백지선 씨의 노래를 들으며 힐링을 하는산책객들. 사진 김병윤 기자
백지선 씨의 노래를 들으며 힐링을 하는산책객들. 사진 김병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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