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 대한민국의 어떤 장관과 30대 그룹 대표가 ‘간담회’를 열고 있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좌석 배치가 특별했다. 아무 자리에나 앉는 게 아니라 각 그룹 대표의 ‘지정석’이 정해져 있었다.
30대 그룹이면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간단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그룹 대표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서 앉고 있었다.
간담회가 끝나고 ‘사진촬영’이 있었다. 장관이 재계 대표를 만났으니 ‘사진’으로 현장을 기록해놓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 사진을 찍는 데에도 ‘서열’이 있었다. 10대 그룹 대표는 앞줄, 나머지 20대 그룹 대표는 둘째 줄과 셋째 줄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장관의 자리는 당연히 ‘한가운데’였다. 기념촬영을 하는 그룹 대표들은 똑같이 오른쪽 주먹을 올려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군사정권’ 시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런 식이었다. 대한민국의 장관은 높았다. 마치 기업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이랬으니, 그룹 대표들이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해결책을 건의하기는 아마도 어려운 간담회였을 것이었다. 장관이 업계의 얘기를 ‘경청’했을 만한 자리도 아니었을 듯했다.
그런데 그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면 장관도 바뀌고 있다. ‘청문회’라는 절차는 있지만 ‘자기 사람’을 앉히고 있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대체로 다 그랬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장관뿐일 수 없다. 정계의 거물 등도 대기업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국민은 그런 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이러니 기업은 정권이나 실세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의 주식값도 다르기 힘들다. 정권과의 관계에 따라 오르거나 또는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선거철만 되면 ‘정치 테마주’라는 게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 없었다.
테마주에 대한 경고도 빠지지 않고 있다. 풍문과 투기 수요 등에 따라 그 가치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경우가 많아 자칫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등의 경고다. 증권당국도 정치에 관한 소문을 퍼뜨려 일반 투자자의 추종 매매를 부추기는 행위에 대한 감시에 나서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증권시장에서 주식 회전율이 높은 20개 종목 가운데 12개가 테마주라는 분석도 있었다. 회전율이 높았다는 것은 그만큼 투기가 심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선거는 앞으로도 또 있다. 맥아더 장군의 표현을 베끼면, 정치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테마주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계속 나타날 것이다.
토요경제 / 김영린 논설실장 youngki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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