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3만5000달러 ‘선진국’의 엥겔계수

기자수첩 / 김영린 논설실장 / 2022-03-07 06:33:25
픽사베이<사진=픽사베이>

 

한국은행이 추계한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168달러로 전년보다 10.3%나 늘었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2017년 3만 달러를 돌파한지 4년 만에 3만5000달러를 뛰어넘은 점이 눈에 띈다”며 “특히 4년 가운데 2년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1인당 소득이 3만5000달러를 넘었으니,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한은이 국민소득을 발표한 날, 현대경제연구원은 ‘엥겔계수’가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는 자료를 내고 있었다. ‘2021년 국민계정으로 살펴본 가계소비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자료다.

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가계의 엥겔계수는 12.86%로 2020년의 12.85%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2000년의 13.29% 이후 가장 높았다고 했다.

엥겔계수는 가계지출 가운데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그 비율이 21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는 것이다.

엥겔계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서민들이 그만큼 먹고살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저소득층일수록 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도 ‘먹을거리’에 대한 지출은 줄이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만 해도 이 엥겔계수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살림들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1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다.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난데없이 엥겔계수를 따지고 있다.

전망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소비자물가가 5개월 연속 3%대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는 3.7%나 올랐다.

국제 원자재가격은 벌써 많이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를 자극,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다.

달러당 1200원을 넘은 환율도 물가를 더 끌어올리게 생겼다. 물가가 뛰면 소득이 더 오르지 못하는 한, 엥겔계수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엥겔계수에는 식료품비만 포함되는 게 아니다. ‘연초비’도 들어가고 있다. 연초비는 ‘담뱃값’이다. 정확하게 하자면, ‘엥겔계수=식료품과 음료+연초비용’을 합친 것이다.

‘골초 인구’가 많이 줄었지만 과거에는 서민들에게 담뱃값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담뱃값도 엥겔계수에 넣어서 따진 것이다.

지금도 담배는 한 갑에 4500원이다.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는 ‘애연가’의 경우는 한 달 담뱃값으로 13만5000원을 지출하고 있다. 돈은 ‘가장’ 혼자 버는데 애연가가 두 사람이라면, 부담은 ‘곱빼기’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면 엥겔계수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소비지출에서 임대료와 수도 광열비 지출이 차지하는 ‘슈바베 계수’도 분석했다.

지난해 슈바베 계수는 17.94%로 2020년의 18.56%보다는 낮아졌지만,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집값, 전셋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토요경제 / 김영린 논설실장 youngki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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