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인 포토로그] 고성~파주, 통일걷기11일차

로드인 포토로그 / 강세훈 기자 / 2021-12-14 13:14:34

출발 : 두루미마을 그린빌리지

도착 : 산머루농원 캠핑장

 


텐트생활의 익숙함, 캠핑이란 이런거지...

둘레길여행을 다니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숙박이였다. 먹는 것은 대충먹어도 숙소는 편하고 따스한 곳에서 자야한다라는 숙소우선을 외치던 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야외에서 자는것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침가리에서 비박하던 경험이 변곡점이라면, 산티아고순례길에서 보낸 숙박의 경험이 방점이 되었다. 이후 몇 번에 캠핑을 경험하면서 하나둘씩 모은 장비가 미니멀 캠핑할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캠핑을 나서려고 할때마다 날씨탓을 하면서 미루었었다. 

 

항상 처음이라는 것은 힘들게 한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행동이니... 이번 통일의 길 행사에서 장기간 캠핑의 경험을 누렸다. 비가내려 불편함에도 어쩔 수 없이 견디어야 했는데 오히려 아늑한 텐트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우중 캠핑을 보내기도 했다. 

 

달구어진 텐트안을 들어가지 못하고 그늘진 밖에 앉아 조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불편하지만 공동 샤워장에서 씻고 식사하던 것이 캠핑의 경험이다. 못해본 것이 있다면 캠프화이어, 요즘 말로 '불멍'을 못해봤다는 것 뿐이다. 

 

13일의 기간 중 12박을 텐트에서 보내다 보니 추운 날도 있었고, 시원하게 잠들었던 날도 있었다. 나만을 위한 작은 텐트이지만 편하고 누울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캠핑의 경험을 마음껏 누렸던 기간이었다.


<사진= 강세훈 기자>

 

그리팅맨이 있는 옥녀봉아래 숲길


철원에 이어 연천군에 들어섰다. 철원을 지나갈때 보다 익숙한 풍경이 많아서 인지 마음이 편해진다. 낯설음보다는 익숙함이 지배하는 곳이 연천군일 것이다. 

 

오늘 가야할 곳은 평화누리길 연천군 구간중 12코스에 해당하는 옥녀봉 아래 숲길을 걷고 군남대을 지나서부터는 임진물새롬랜드까지 자전거길따라 걷는 구간이다. 이리저리 둘러둘러 가기보다 직선으로 쭈욱 뻗어가는 길이다. 

 

단순하다 싶을 수 있으나 임진강을 풍경삼아 마음을 잔잔하게 다듬어주는 길이다. 그리고 옥녀봉아래 숲길 구간은 다시 와보고 싶었던 구간이였는데 이번에서야 다시 밟게 되었다. 조금 달리 임진강이 보이는 능선으로 걸었다는 것이 새로웠다.

 

옥녀봉위 그리팅맨은 여전히 아래쪽을 보며 인사하면서 우리를 반겨준다. 옥녀봉구간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임진강이 보이는 능선과 반대쪽 능선이 있어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다. 시원하고 조용하게 걷고 싶으면 임진강이 안보이는 코스로 가면되고 따가운 햇빛과 탁트인 풍경를 마주하면서 걷고 싶다면 강변이 보이는 능선으로 가면 된다. 

 

이번에는 탁트인 풍경이 보이는 곳으로 걷고 있다. 한동안 인적이 없었는지 둘레길 위에도 화초가 무성하게 올라왔다. 특히 숲길 양옆으로 가득메운 개망초꽃이 길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 두루미마을에서 군남댐으로 이어지는 숲길 코스는 오랜만에 흙길을 밟아보게 하는 구간이라 발이 너무나 편하다. 

 

뜨거운 기운도 없고 푹신한 흙길의 느낌도 좋았다. 오늘도 오전에는 후미를 따라 걷는다. 오전동안 발목 부근이 뻐근하여 풀리지 않는다. 하루이틀 걸으면 더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계속 발목부근이 뻐근하다. 그러다보니 후미에서 따라가는 것이 당연한 루틴이 되었고 그러는 사이 후미를 담당하는 자칭 스탭 중 넘버3라는 후미스탭분과는 많이 친해졌다. 

 

아침에 안보면 섭섭해(?)할 정도로... 서로 대화하며 즐겁게 걷고 있는데 선두와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감탄사가 들려왔다. 아마도 숲길을 걷다가 아름다운 풍경을 만난듯 하다. 그러면 대부분이 당연하게도 눈에 담기도 하지만 사진으로 남기기위해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 

 

나또한 이러한 모습이 너무나 당연한것이고 감흥에 대한 표현이기 때문에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후미에서 걷던 자칭 신부라는 사람이 큰소리를 낸다. 빨리 걸으라고 그래야 여기를 지나갈거 아니냐고 말이다. 재촉이라기 보다 호통에 가까운 말을 내뱉는다. 그렇게 빨리가서 뭘할까? 그래봐야 5분도 차이나지 않는데...

 

“걷다보면 천천히 갈 수도 있죠. 빨리 가면 뭐하나요? 사진도 찍고좀 그래야죠.”

“그래도 뒤엣사람 빨리갈 수있게 해야할거 아니요. 이게뭐야.. 그래서 이렇게 소리좀 질러줘야 한다니까...”

 

같이 걷는 동지가 아닌 호통을 치고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저사람이 신부라는 것이 의아하다. 저렇게 여유없고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땡중이 있듯이 땡신부도 있는가 보다. 

 

아름다움을 감상하는것은 잘못된 것이아니라 본능적인 행동이자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아!"하는 감탄사가 나올때 사람은 가장 많이 치유가 된다.


 


 

<사진= 강세훈 기자>

 

토요경제 / 강세훈 기자 mart20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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