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100여 년 전, 우리나라를 여행했던 ‘영국 할머니’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조선 사람들의 ‘기부문화’를 보고 감탄하고 있었다.
“최근에 창간된 서울 크리스천 뉴스지가 인도의 기근에 대한 소식을 알려주었다. 평양 관할 지역의 기독교 신자들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나라의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84달러를 모금했다. 몇몇 부녀자들은 순금 반지를 팔아 모금에 보태기도 했다. 서울의 장로회교회들은 60달러를 모아 보탰다. 이 가운데 20달러는 순수 한국인으로 구성된 신자들이 모금한 돈이었다. …우리보다도 훨씬 앞서가는 감동에 젖었다.”
비숍 할머니는 이렇게 ‘감동 먹고’ 있었다. 서양 사람의 우월감을 풍기는 듯싶은 글이지만, 우리는 그들도 놀랄 만큼 풋풋한 ‘기부문화’를 갖추고 있었다.
비숍의 글처럼 ‘기독교 신자’만 그랬던 게 아니었다. 얼마 후 ‘국채보상운동’에서 우리 기부문화는 또 빛을 내고 있었다.
1907년, 대한매일신보에 “2000만 동포가 담배를 석 달만 끊고 매달 20전씩 내면 나랏빚 1300만 원을 갚을 수 있다”고 호소하는 기사가 실렸다. 그러자 온 나라가 즉시 호응하고 나섰다.
골초들은 담배를 끊고 동참하고 있었다. 부녀자들은 아끼던 가락지를 선뜻 풀어놓고 있었다. 장안의 기생들도 노리개를 들고 와서 보태고 있었다. 심지어는 목숨처럼 소중한 머리채를 내놓는 사례도 있었다.
알다시피, 우리는 IMF 외환위기 때에도 나라를 망친 정부를 욕하는 대신 ‘금 모으기 운동’을 펼쳤다. 1998년 1월 5일부터 3월 15일까지 70일 동안 349만 명이 225t, 21억7000만 달러어치에 달하는 금을 모으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있었다. 외국 언론이 자신보다도 국가와 사회를 더욱 아끼는 국민이라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이랬던 기부문화가 각박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기부금 내역을 공개한 255개 대기업의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기부금 지출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조148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1%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13.8%, 영업이익은 73.5%나 늘었는데도 기부는 이같이 인색해지고 있었다. ‘코로나19 경영난’에서 벗어나 올해는 영업실적이 많이 호전됐는데도 정작 기부는 줄인 것이다.
그나마 편중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기부가 대기업 전체의 18.5%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 상위 10개 대기업이 전체의 55.3%였다. ▲한전 880억 원 ▲LG생활건강 683억 원 ▲SK하이닉스 480억 원 ▲포스코 366억 원 ▲현대자동차 354억 원 ▲GS칼텍스 320억 원 ▲우리은행 244억 원 ▲하나은행 234억 원 ▲한국수력원자력 174억 원 순이었다. 나머지 245개 대기업의 기부는 44.7%에 그친 셈이다.
그렇다고 희망을 놓을 일은 아니다. 우리는 작년 ‘마스크’에 이어, 최근에는 ‘요소수’를 기부하고 있었다. 그 ‘자발적인 기부’가 줄을 잇고 있었다. 올해 연말이 그럭저럭 훈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토요경제 / 김영린 논설실장 youngkim@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토요경제人] 유창수 유진증권 부회장, ‘자산 10조원·자본 1조원’ 동시 달성](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331/p1065609257520316_491_h.jpg)

![[토요경제人] ‘연중 최저가’의 굴욕을 딛다…정용진號 이마트, 고진감래 오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13/p1065625143194333_904_h.jpg)
![[토요경제人] 김성환 한투증권 사장, ‘경계 확장’으로 아시아 무대 겨냥](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03/p1065597828625342_694_h.jpg)

![[토요경제人] ‘오너 3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금융부문 ‘글로벌 전략가’ 부상](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210/p1065603950795624_514_h.jpg)
![[토요경제人]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의 ‘장기보험’ 전략…흑자 전환 가시화](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18/p1065604432549726_833_h.jpg)
![[토요경제人] 문화재 수장고 혁신 ‘K-스토리지’ 이끄는 대원모빌랙 ‘이종진 대표’](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21/p1065587223127645_833_h.gif)
![[토요경제人] '아트경영’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예술로 기업을 키우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5/p1065597154733467_413_h.jpg)
![[토요경제人] 하림 김홍국 회장, 생산에서 유통까지 ‘가치사슬 경영’의 설계자](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8/p1065602999871188_165_h.jpg)

![[토요경제人] "지역 살리고, 소비 돕고"...NH농협카드 이민경 사장 전략 '결국' 통했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0722/p1065597998198081_664_h.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