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싸구려 비누와 포마드, 크림 등 화장품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랬던 신 회장이 껌 사업에 손댄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친구가 미제 추잉껌을 가지고 찾아온 것이다.
껌 사업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추잉껌 제조업자가 일본에 350∼400개나 될 정도였다. 신 회장은 비누를 만들어 본 기술을 바탕으로 껌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일본 최대의 껌 메이커인 ‘하리스’는 합성수지로 껌을 만들고 있었다. 신 회장은 천연 치클로 껌을 제조해야 하리스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제 껌의 성분을 분석한 끝에 10엔짜리 ‘바브민트’와 20엔짜리 ‘스피아민트’를 내놓은 게 1954년이었다. 1957년에는 엽록소가 들어 있는 20엔짜리 ‘그린껌’을 출시했다.
그러자 하리스는 ‘그린’이라는 이름이 붙은 껌을 내놓았다. 신 회장은 다시 ‘쿨민트’를 개발했다. 경쟁에 치열했다.
신 회장의 판매전략은 독특했다.
일본 껌의 시장을 ‘역 피라미드형 전략’으로 장악했다. 소매점부터 장악한 후 중간 도매상, 지방 도매상, 대리점, 특약점을 롯데 본사와 연결하도록 조직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주부 사원 등을 동원, 소매점을 순회시키고 담뱃가게와 약국 등도 개척했다. 껌을 파는 만큼 보수를 더 주는 인센티브제도도 도입했다.
‘1000만 엔 현상 천연 치클 세일’ 등 광고 전략도 폈다. 추첨을 통해 1000만 엔의 상금을 주고 부상으로 100만 엔을 별도로 주는 대규모 광고 행사였다. 일본의 가구당 수입이 2만5000엔 정도였을 때 이처럼 대규모 현상금을 건 행사를 하자 당국이 조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연구개발도 빠지지 않았다.
일본의 남극 학술 탐험대가 탐험용 껌을 주문했을 때는 선상식, 기지식, 행동식, 비상식 등 4가지 용도의 껌을 개발했다. 일본에서 남극을 가기 위해서는 적도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적도의 더위와 영하 50도의 추위에서도 변질되지 않는 껌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또 껌에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도 첨가했다.
눈과 얼음 위에서 탐험 대원들이 조난당했을 경우를 대비, 껌의 색깔도 흑색, 녹색, 적색, 황색 등 선명한 원색으로 만들었다. 씹던 껌을 버리면 구조대가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공해가 심한 공장 종업원이 씹을 수 있는 ‘제산성(除酸性)’ 추잉껌도 만들었다. 이온 교환수지 제재를 껌에 첨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제산제에 비타민, 칼슘을 추가한 ‘PC껌’을 만들어 철강, 화학 공장 등 30여 개 업체에 납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껌은 아무리 많이 팔아도 ‘껌값’에 지나지 않았다. ‘몇 푼’ 되지 않았다. 신 회장은 그 껌값으로 거대한 롯데그룹을 키우고 ‘롯데월드타워’를 세웠다. ‘티끌’을 모아서 ‘태산’을 쌓은 것이다.
롯데그룹이 작년에 타계한 신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회고록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를 출간했다는 소식이다. 신 회장은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이룩한 경영인으로 남을 것이다.
토요경제 / 김영린 논설실장 youngki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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