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방구 불량식품은 돈이 안된다

기자수첩 / 김자혜 / 2021-10-28 10:47:19

필자는 대학생 때 동네 문구점에서 알바를 했었다.


초등 고학년, 중·고등학생 손님들은 오후 3~4시가 지나서야 만원이나 5000원 지폐 한 장을 들고 카운터로 바로 왔다.


그들은 “뻐카충(버스카드 충전의 줄임말) 해 주세요”, “문상(문화상품권) 주세요”라는 말만 한다. 단도직입적인 무리였다. 카드 충전을 마치거나 문상을 바꿔주면 바로 가게 밖으로 나갔다.


예상하겠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반대다. 1~2학년쯤 되는 꼬마 손님들은 문구점 방문객도 많고 이용 시간도 길다.


적극적인 아이들은 주머니가 비어있거나 살 물건이 없어도 가게를 불쑥 잘 들어와서 물건을 구경했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거나 조심성이 많은 아이들은 가운데선 ‘조건부 관람’을 하는 경우도 흔했다.


문가 바로 옆에 쌓여있는 100원짜리, 500원짜리 과자 일명 ‘불량식품’을 집어 들곤 천천히 가게를 돌아보는 것이다.


조건부 관람 손님들은 몇 차례 문방구 표 불량과자를 구매한 경험을 쌓고 나면 다른 장난감이나 문구류를 사는데도 거침이 없어진다.


500원짜리를 사봤으니 손바닥만 한 ‘무서운 이야기’ 모음집을 사보기도 하고 만화 캐릭터를 담아둔 유희왕 카드를 여러 묶음 사가기도 한다.


점점 꼬마 손님들이 문구점에서 사들이는 물건의 종류는 다양해진다. 단가도 높아진다.


최근 증권사들의 마케팅에서 문구점에서 만났던 꼬마 손님들의 모습이 얼핏 겹쳐 보일 때가 왕왕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인다. 신규 투자자나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을 타깃으로 잡아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양상을 보인다.


왜 열을 올리겠는가.


3분기까지 쌓인 해외주식 수탁 수수료가 이미 전체 수익을 뛰어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은 해외주식수수료를 할인하거나 타사 해외주식을 입고하면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규 가입자에 해외주식을 1주 증정하는 '1주 증정' 이벤트도 빠지지 않았다.


차액결제거래(CFD) 수수료 인하도 중개형ISA계좌, IRP계좌도 누가 먼저 '싸게' 내놓을 것이냐 깃발 꽂기전이다. 여기에 연내 주식을 1주 이하로 분할해서 거래할 수 있는 소수점 거래 도입이 예고되니까 소수점거래도 이제 경쟁대상에 올라올 것이다.


건전한 경쟁은 시장의 성장을 돕는다. 경쟁으로 인해 없던 시장이 형성될 수도 있고 소비자들은 경쟁 덕분에 저렴한 수수료로 거래하거나 편의성이 좋아지는 덕을 보기도 한다.


다만 ‘사탕발림’ 식 마케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경쟁에 너무 몰입해 단기적으로 빠른 성과를 보기 위해 마케팅에 큰 비용을 쏟는다면 그 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적게는 100억원대 많게는 500억원대 광고 선전비를 썼다. 같은 기간 증권사들은 한해 총 수탁수수료로 827억원에 최대 7530억원까지 벌어들였다.


아 그런데 수수료를 가장 많이 번 증권사는 광고비를 가장 많이 쓴 회사는 아니었다.


지난해와 올해 초반까지 동·서학 개미 운동이 유행했고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수개월 동안 빠져나갔다. 개미들도 조금은 몸을 사려뵌다.


문구점 이야기로 마무리 짓자면, 문구점은 많은 꼬마손님의 유입을 만든 불량식품에선 마진이 거의 없었다. 학기 초 마련해야 하는 학용품, 수업 준비물, 체육복 같은 기본적인 아이템에서 이익이 남았다.


증권사도 결국 주식을 유통하는 채널형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 작은 문구점 이야기에 비춰 볼 점이 있지 않을까. 이미 일부 증권사는 답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자혜
김자혜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김자혜 입니다.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