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권이 바뀌면 경영이 바뀌는 기업, KAI의 구조적 한계

기자수첩 / 이강민 기자 / 2025-11-04 23:05:02
▲ 경제부 이강민 기자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사기업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 회사를 온전히 ‘민간기업’이라 부르지 않는다.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는 구조 속에서 KAI는 늘 정부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경영진이 바뀌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인사가 사장으로 내려온다. 이른바 ‘낙하산’이라 불리는 인사 논란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사 교체가 경영 혁신이 아니라 정치적 요인에 의해 작동한다는 점이다. 그때마다 조직은 흔들리고 외부에서는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기업을 논란과 의혹을 제기해왔다.


최근 1년 사이 KAI는 굵직한 국내 사업에서 수주 실패를 이어왔다. 블랙호크 헬기 성능개량, 전자전기(SOJ) 체계개발, 차세대 항공통제기 2차 사업과 천리안위성 5호 사업에서도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KAI는 ‘자체 기술력’을 강조했지만 리더십의 불안과 의사결정 지연이 발목을 잡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연이은 사업 실패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도 “경영의 연속성이 끊기면 실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 와중에 각종 의혹과 비판이 잇따르며 KAI는 연일 방어에 나서야 했다. 일부에서는 KAI의 특정 사업 추진 과정을 두고 절차상 문제나 이해관계 의혹을 제기했지만 회사는 “모두 사실이 아니며 모든 절차는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최근 한 보도에서는 KAI가 미국 자율비행기술 기업 ‘쉴드AI’와 맺은 계약이 논란이 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쉴드AI가 개발한 ‘AI파일럿’이 개발 중인 KAI가 KF‑21에 탑재되며 KF-21 향후 수출 시 대당 100억원 규모의 로열티가 로열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KF-21에는 AI파일럿이 탑재되지 않으며, KAI가 밝힌 바에 따르면 로열티 조항은 계약서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기업의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KAI는 연일 해명에 나서야 했다. 내부 불안과 외부 비판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본연의 업무보다 ‘방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 것이다.

내부 갈등도 KAI의 발목을 잡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 플랫폼 사업’이다. KAI는 2021년부터 약 985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사업은 중도에 중단됐다. 전체 사업비의 약 80%가 사업 초기에 집중 지급됐지만 이후 법원 지정 감정기관의 평가 결과 실제 수행률은 21.49%에 불과했다.

해당 사업을 주도한 주체는 KAI였기에 내부 관리·감독의 문제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KAI가 과도한 비용 집행과 낮은 수행률로 인해 실질적 손해를 입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KAI의 악순환은 결국 정치와 경영의 경계가 무너진 구조에서 비롯된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정권의 흐름에 따라 방향이 흔들려왔다. FA-50과 KF-21 등 한국 항공우주산업을 대표하는 무기체계를 개발해왔지만 잦은 경영진 교체와 의사결정 지연이 반복되며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과거 하성용 전 사장 시절의 방산비리 수사 역시 KAI의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 검찰은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제기다. 7년간의 재판이 이어졌지만 초기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제기한 문제점들은 모두 무죄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수리온 원가 부풀리기’ 지적도 법원에서 뒤집혔다. 그럼에도 기업 이미지에는 ‘비리 기업’이라는 낙인이 남았고 이는 지금까지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KAI의 문제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위기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교체되고 외부의 논란이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는 국가 항공우주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전투기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년, 위성 하나를 완성하는 데 15년이 걸리는 산업에서 2~3년마다 경영진이 바뀌는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KAI는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근거 없는 의혹이나 정치적 공세로 흔들린다면 그 피해는 기업을 넘어 국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 정부는 기업 경영에 대한 불필요한 개입을 멈추고, KAI는 내부 혁신을 통해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KAI는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핵심 기업이다. 정권의 색깔에 따라 흔들린다면 산업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KAI의 정치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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