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서울 토박이가 말하는 진짜 '서울 이야기'(21)

서울이야기 / 김병윤 / 2022-03-15 23:45:21
추억과 함께 사라지다 '서울의 극장', 영화박물관으로 탈바꿈하는 '단성사'

서울은 1392년 조선이 건국된 이래 600년 넘게 수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은 그렇게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다. 서울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다가선다는 뜻일 게다. 이 연재는 '찐 서울 토박이'자 '대한민국 연예1호' 기자로 불리는 정홍택 선배의 구술을 기초 삼아 김병윤 대기자가 꼼꼼히 현장을 누비며 쓴 글이다. 김 병윤 대기자가 전하는 생동감 넘치는 서울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으로 본지에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추억과 함께 사라지다 ‘서울의 극장’ 

▲사진 : 김병윤 대기자
일제 강점기에 문을 열었다. 영화 연극을 볼 수 있었다. 버라이어티 쇼도 공연했다. 노래 코미디 연극이 포함됐다. 신파극으로 관객을 울리기도 했다. 극장에서 나라 잃은 설움을 씻기도 했다. 영화를 보며 울기도 했다. 연극을 보며 함께 분노했다. 극장은 식민 백성의 분출구였다. 종로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최초의 극장도 종로에서 출발했다. 원각사였다. 지금의 탑골 공원
부근에 있었다. 눈물의 역사다. 연극을 공연했다. 일제는 대부분 연극 공연을 금지했다. 억압 속에 한국의 극장은 명맥을 이어왔다.

부민관, 시공관이 있었다.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사연도 많았다. 초창기 사연부터 알아보자. 여러 극장이 있었다. 대부분이 없어졌다. 추억과 함께 사라졌다. 단성사 동양극장 국도극장 중앙극장 스카라극장 아카데미 극장 대한극장 시네마코리아 피카디리 극장 등이 있었다. 대한극장은 아직도 운영하고 있다. 옛 추억과 함께.

영화박물관으로 탈바꿈하는 ‘단성사’
▲ 단성사터 <사진=김병윤 대기자>

 

지금은 볼 수 없다. 추억의 극장이다. 민족 극장이었다. 자존심이 대단했다. 최초의 현대식 극장이었다. 처음에는 연극만 공연했다. 경영이 어려워 영화를 상영했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초창기 사건이다. 이애리수가 출연했다. 가수였다. 1929년이었다. 황성옛터를 불렀다. 가사의 내용에 뜻이 있었다. 빼앗긴 조국을 찾고 싶었다. 객석이 들썩거렸다. 모두가 울기 시작했다.

종로경찰서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경찰이 출동했다. 관객들을 연행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끌려갔다. 이유는 하나였다. 연극을 보았던 죄였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던 일이었다. 대부분이 벌금형을 받고 나왔다. 훈방조치도 있었다. 일본 경찰은 두려워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걸. 3.1 운동이 다시 재현될까 겁을 먹었다. 단성사 앞에는 인력거가 즐비했다. 기생 술집 이름을 붙여 놓았다. 영화 본 손님을 모셔오라 했다. 지금의 콜택시 제도였다. 손님은 인력거를 타고유유히 사라졌다. VIP 손님이었다. 그 당시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손님은 지체가 높았다. 돈과 권력이 있었다.

단성사는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간판 문화다. 영화 간판이 단성사에서 시작됐다. 정말 정교하게 그렸다. 신기에 가까웠다. 배우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렸다. 실물과 도저히 구별할 수 없었다. 숨소리까지 느낄 정도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변사도 유명했다. 단성사의 변사는 최고의 연사였다. 대우도 최고였다. 무성필름을 보며 읊어 나갔다. 변사의 한 마디에 분위기가 요동쳤다. 울다 웃었다, 식민지 설움을 대변해 주었다.

관객이 늘어나자 주변에도 극장이 생겼다. 피카디리. 서울 극장이 문을 열었다. 종로가 극장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됐다. 반가운 일이 생겼다. 단성사가 다시 태어난다. 영화역사관으로 탈바꿈 한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담게 된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일이다. 영화인들의 꿈이 이루어지게 됐다. 기대가 된다.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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