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서울 토박이가 말하는 진짜 '서울 이야기'(11)

서울이야기 / 김병윤 기자 / 2022-02-08 23:12:34
영원한 음료 '서울의 술', 마음을 채워주는 물 ‘막걸리’

서울은 1392년 조선이 건국된 이래 600년 넘게 수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은 그렇게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다. 서울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다가선다는 뜻일 게다. 이 연재는 '찐 서울 토박이'자 '대한민국 연예1호' 기자로 불리는 정홍택 선배의 구술을 기초 삼아 김병윤 대기자가 꼼꼼히 현장을 누비며 쓴 글이다. 김 병윤 대기자가 전하는 생동감 넘치는 서울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으로 본지에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영원한 음료 '서울의 술'
술은 어떤 음식일까. 오감을 통해 느껴야 한다. 술을 빚는 것은 예술품의 창작과정이다. 귀로 들어야 한다. 눈으로 보아야 한다. 코로 맡아야 한다. 입으로 맛을 음미해야 한다. 목으로 쾌감을 즐겨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술은 계급에 상관없이 빚었다. 부자와 빈자의 차이가 없다. 술의 종류는 많다. 각 지역의 특성이 있다. 재료도 다양하다. 제조방법이 다르다. 맛도 차이가 난다. 색깔도 각양각색이다. 향기도 독특함을 갖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 물이 좋아야 한다.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술은 만든다고 하지 않는다. 빚는다고 한다. 정성이 없으면 맛이 안 난다.


술은 인간의 벗으로 지내왔다. 사람을 즐겁게 해준다. 화도 나게 한다. 평온과 분노를 함께 제공한다. 오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술은 음식이다. 음식이면서 예술품이다. 누구인가는 말한다. 인류 최고의 작품이 술이라고. 서울에도 고유의 술이 있다. 친근한 술이 있다. 평민이 즐겼다. 귀한 술도 있다. 지체 높은 집에서 마셨다. 술은 신분의 차이가 없다. 부족한 인간이 경계를 만들었을 뿐이다. 술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 마신만큼 취하게 해준다. 술의 매력이다.

마음을 채워주는 물 ‘막걸리’
너무도 친근하다. 한국 술의 대명사다. 서울의 술이라 말하기 어색하다. 전국에 다 퍼져있다. 각 지역마다 맛이 다르다. 종류가 다양하다. 외국인도 많이 안다. 코리안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막걸리는 설렁탕과 함께 발달했다. 설렁탕에 딱 맞는 술로 맛을 뽐냈다. 한국 음식의 기본은 쌀이다. 쌀을 기본으로 음식이 만들어 졌다. 막걸리는 쌀로 만들어야 제 맛이다. 예전에는 쌀이 귀했다. 서울의 부잣집엔 쌀이 많았다. 막걸리 빚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술 익는 냄새가 담장 밖을 휘감았다. 냄새에 취한다는 말이 있다. 직접 마시지 못한 평민의 마음이었을까. 모를 일이다.

막걸리는 귀한 술이다. 친근한 술이다. 고마운 술이기도 하다. 익어가는 동안 다양한 맛을 제공한다. 깨끗한 맛의 청주. 쌀이 동동 뜬 동동주. 걸쭉한 탁주. 한 가지 술에서 세 가지 맛을 낸다. 막걸리는 100일 정도 되면 보글보글 방울이 생긴다. 이때 떠먹으면 청주가 된다. 쌀이 불어터져 동동 뜰 때가 동동주다. 다 익어 탁해질 때 마시면 막걸리다.

막걸리는 서민의 술이다. 탁한 만큼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벗이다. 값도 싸다. 맛도 좋다. 시원하게 마시기 좋다.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다. 막걸리는 오래 놔두면 식초가 된다. 물을 타서 수시로 마셔도 된다. 건강에 좋다.


막걸리는 안방의 윗목에 보관한다. 따뜻한 환경에서 숙성시킨다. 안방의 아랫목은 따뜻하다. 윗목은 서늘하다. 한옥의 독특한 구조가 빚어낸 환경이다. 막걸리는 숨 쉬는 술이다. 항아리 뚜껑도 한지를 사용했다. 뚜껑도 한지로 묶었다. 한지는 숨을 쉰다.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술이 막걸리다. 술 빚는 거를 장 담그는 듯했다.

막걸리는 술로만 끝나지 않았다. 배고픈 사람의 양식이었다. 술지게미는 서민의 한끼 식사였다. 그래서 고맙다. 지게미는 술을 빚은 뒤 나오는 찌꺼기다. 

 

지게미에는 알코올 성분이 남아있다. 지게미를 먹으면 배가 불렀다. 보릿고개 시절에 지게미는 한끼 식사였다. 지게미를 먹고 등교했던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아침부터 술 냄새가 났다. 수시로 그랬다.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았다. 어린놈이 아침부터 술 마셨다고. 나중에 사정을 말했다. 선생님이 당황했다. 

 

점심때 살짝 부르셨다. 옥수수 빵을 슬쩍 건네 주셨다. 구호용 식빵이었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부터 밥 없으면 그냥 오라고. 옥수수 빵 줄 테니까. 아련한 추억이다. 지게미는 사료로도 최고였다. 돼지에게 먹였다. 지게미는 돼지를 취하게 했다. 돼지는 잠이 들었다. 꼼짝하지 않았다. 자연히 살이 쪘다. 양돈업자의 현명함이 돋보였다. 막걸리는 그런 술이다.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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