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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는 류승균 씨 [사진 김병윤 기자] |
“안녕하세요. 어디 가세요.” “1505호요.” “네. 방문록 작성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주차는 지하에 해주세요.” 어느 경비원의 일상이다. 경비원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3D직종이다. 과거에는 나이든 사람이 많이 했다.
경비원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도 그런 인식이 있는 사람이 있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경비원은 희생하는 직업이다. 다른 사람의 편의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요즘은 경비원의 나이도 젊어지고 있다. 50대 젊은 사람이 많다. 조기퇴직 영향이다. 경비원으로 취직하기도 힘들다. 경쟁이 치열하다. 일자리가 점점 없어진다. 자동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기계가 하고 있다. 그래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있어 경비원이 필요하다.
경비원의 구성도 다양하다. 전직이 화려한 사람도 많다. 은퇴 후 또 다른 세계에 도전하는 경우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근무하는 사람도 있다. 재기를 꿈꾸며 희망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올해 58살의 류승균 경비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공중파 방송국에서 9년을 근무했다. 영상촬영 분야에서 열정을 쏟았다. 겉은 화려해 보였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속내는 아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다. 생활비도 안 되는 월급을 받았다. 쥐꼬리 월급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계약직 근로자였다. 용역직이었다. 먹고 살기 힘들었다. 고민 끝에 방송국을 뛰쳐 나왔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세계에 도전했다.
2004년. 42살 늦은 나이에 호주로 떠났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다. 영어를 잘하면 취업이 쉬울 거라 생각했다. 어학원에 등록했다. 생각보다 영어가 안 늘었다. 수강생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영어보다는 한국말로 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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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에게 안내방송을 하며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류승균 씨 [사진 김병윤 기자] |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었다. 직장도 한국인이 경영하는 청소업체였다. 당시 시드니 청소업계는 한국인이 꽉 잡고 있었다. 3년간 호주에서 살았다. 청소만 실컷 했다. 영어 배울 일이 없었다. 소득도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이는 40대 중반에 들어섰다. 취직하기에는 나이가 많았다. 일자리를 못 구했다. 주변에서 말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지인이 정보를 줬다. 전공인 영상촬영을 해보라고. 항공촬영이 대세라고. 드론을 구입했다.
PD들을 찾아다녔다. 일거리를 부탁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쉽지 않았다. 한 달에 2건 정도 촬영을 했다. 한 번 촬영에 120만 원을 받았다. 경비가 많이 나갔다. 수익은 50만 원에 불과했다. 생활이 안 됐다. 2년 정도를 버텼다. 빚만 늘어났다. 2천만 원 빚을 떠안았다.
다른 직업을 찾아야 했다. 건설현장으로 나섰다. 일용직 근로자였다. 용접기술 자격증이 있어 적응이 쉬웠다. 일당 15만 원을 받았다. 나름대로 생활이 안정됐다. 인천공항 건설 때는 돈도 많이 벌었다. 월 5백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1년 6개월 동안 걱정 없이 살았다. 빚도 갚았다.
류 씨의 이런 생활도 코로나와 함께 변화가 왔다. 건설현장이 멈춰 섰다. 불황의 늪에 빠졌다. 수입이 줄어들 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지인이 경비원을 추천했다. 류 씨의 성실함을 눈여겨 봤던 동료였다.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9년간의 일용직 근로자 생활을 마감했다.
류 씨는 5월1일부터 새 직장으로 출근했다. 서울 마포구 만리동에 있는 오피스텔이다. 새내기 경비원이 됐다. 24시간 맞교대 근무다. 경비원이 되고 나니 모든 게 새로웠다. 경비직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다. 배우고 익힐 게 너무 많다. 소방 방송 시스템을 익혀야 했다. CCTV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쓰레기 분리도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 청소도 중요한 일과다. 주민의 민원도 해결해야 한다. 층간소음 등 여러 가지가 많다. 주차장 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외부차량 요금징수는 돈이 걸린 문제다. 조금의 착오도 없어야 한다.
류 씨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여러 업무를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경비원으로 이뤄야 할 꿈이 있어서다. 비록 월급은 적지만 안정된 생활에 만족해한다. 국민연금을 밀릴 일이 없어 기쁘다. 경비원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국민연금을 탈 때까지 경비원으로 열심히 살 각오다. 국민연금을 받게 되면 고향인 안동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터가 있다. 천 평의 밭도 있다. 집을 짓고 밭을 일굴 계획이다. 기타를 치며 조용히 살고 싶어 한다. 그 꿈을 성취해 줄 경비원 생활이 너무 고맙다.
류 씨는 말한다. “경비직은 나의 꿈을 이뤄줄 소중한 직업이라고. 코로나가 기회였다”고 한다. 건설현장의 불황이 새로운 직업을 갖게 해줬다고 만족해한다.
토요경제 /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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