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실망한 오후

문화라이프 / 정진선 기자 / 2025-11-11 19:51:47

실망한 오후

                             

정진선

흐린 오후의 가을 하늘 보며

가슴 가득 채워진

마른 허전함이
그저 그립게 합니다

 

색 변하는 잎

하나하나 뜯어내는 나무들
둘러선 풍경
비치는
호숫가 그네가 생각납니다


늘 가슴부터 시려오는

억새 세우는 바람에
등 내주고
서로 바라보며
다시 웃고 싶기도 합니다


나는
늘 애정을 갈망합니다

 

갈망의 방향은

찾아 나서려다

한 순간 스친 무게에

고통 얹은 얼굴 닦으며

포기하는 슬픔으로 정해집니다


슬퍼질수록
그 방향으로 떠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오후는

어느 길에도
처음 보는 낯설음만 흐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려
깊이 실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토요경제 / 정진선 기자 sunsun3345863@hanmail.net

▲ 시인 정진선 :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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