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벌떼입찰로 따낸 23개 '공공택지'…아들 회사에 넘겨

산업 / 양지욱 / 2023-06-15 17:54:16
공정위, 부당내부거래로 608억원 과징금 부과
약 9천83억원의 이익을 포기하고 장·차남 소유 회사에 최초 공급가로 양도
이후, 장·차남 관련사 1조3천587억원 분양 이익 얻고…꼼수 경영권 승계로 이어져
▲ 공정거래위원회

 

호반건설이 2013년 말부터 2017년까지 부당내부거래를 한 혐의가 인정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0억원대 과장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총수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608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는 호반건설 그룹 계열사들이 '벌떼입찰'로 아파트를 지을 공공택지를 따낸 뒤 총수 아들이 소유한 회사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고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 그룹 총수인 김상열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장남인 김대헌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김민성 소유의 호반산업, 각 회사의 완전자회사 등 9개 사에 '벌떼입찰'로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 매수자 지위를 양도했다.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 택지를 확보했고,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하면 약 9천83억원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부적으로 예상됐는데도 이런 이익을 포기한 채 최초 공급가만 받고 화성 동탄·김포 한강·의정부 민락 등에 있는 '알짜' 택지를 양보한 것이다.

이 사건 주요 행위가 이루어진 2013년 말 ~ 2015년은 민간 택지보다 사업성이 좋아 우수한 사업지를 차지하려는 건설사 간의 공공택지 수주 경쟁률이 108대 1 정도로 매우 치열했던 시기였다.

호반건설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하고 비계열 협력사까지 동원하는 '벌떼입찰'을 벌였다. 계열사들에 입찰 참가 신청금(평균 38억원·총 1조5천753억원)을 414회에 걸쳐 단기간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택지 양도 이후에도 사업 전 과정에 걸쳐 총수 2세 회사에 업무·인력·PF(프로젝트펀드) 대출 지급 보증(2조6393억원) 등을 지원했다. 시행 사업 경험이 거의 없고 인력도 부족한 총수 아들 회사에 일감을 주고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자금과 인력도 대준 셈이다.

건설 공사 일부를 맡아 시행하다가도 2세 회사가 관련 면허를 취득하면 일감을 포기하고 2세 회사에 이관했다.

그 결과 총수 2세 관련 회사들은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5조8천575억원의 분양 매출, 1조3천587억원의 분양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부당 지원은 '꼼수' 경영권 승계로도 이어졌다.

장남 소유의 호반건설주택은 지원 기간 호반건설의 규모를 넘어섰고, 2018년 1대 5.89의 비율로 호반건설에 합병됐다. 이로써 김대헌 사장이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하며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마쳤다.

부당 지원이 애초에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도 있다.

호반건설주택은 김대헌 사장이 미성년자였던 2003년 김상열 이사장이 아들을 대리해 설립했는데, 당시 내부 보고서에서는 김 사장 등 친족이 장차 신설 법인(호반주택건설)을 통해 호반건설의 지배권을 획득하도록 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국민의 주거 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총수 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악용한 것"이라며 "편법적인 벌떼입찰로 확보한 공공택지의 계열사 간 전매는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에 부과된 608억원은 역대 부당 지원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호반건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결과를 떠나 고객·협력사·회사 구성원 등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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