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I 메모리 독주’ 굳히기…삼성전자와 격차 벌린 HBM 전략의 실체

IT·플랫폼 / 이덕형 / 2026-01-28 17:33:08
매출 97조·영업이익 47조 사상 최대…HBM4 양산·커스텀 메모리 선점으로 주도권 강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습/사진=자료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SK하이닉스가 2025년 매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 순이익 42조9,47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49%에 달했고, 4분기에는 매출 32조8,267억원, 영업이익 19조1,696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부가 메모리 비중 확대 전략이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28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번 실적의 핵심은 HBM이다. SK하이닉스는 HBM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업계 최초로 양산 체제를 구축한 HBM4를 이미 고객 물량 기준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HBM3E와 HBM4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고객 맞춤형 ‘커스텀 HBM’까지 준비하며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메모리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단순 메모리 공급을 넘어 시스템 성능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로 포지셔닝을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의 가장 큰 차별점도 이 지점에서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구조를 갖고 있지만, HBM 시장에서는 후발 주자로서 고객 검증과 수율 안정화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가속기 고객과의 협력 경험을 통해 HBM 양산 안정성과 신뢰도를 선점했고,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그 성과를 입증했다. 메모리 포트폴리오 역시 서버용 DDR5, 고용량 RDIMM, GDDR7, SOCAMM2 등 AI 연산과 직접 연결되는 제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낸드 부문에서도 방향성이 분명하다. SK하이닉스는 321단 QLC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솔리다임의 기업용 SSD를 활용해 AI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범용 낸드 시장 점유율 방어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는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고용량·고성능 기업용 스토리지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가격 변동성이 큰 범용 낸드 시장 리스크를 줄이고, 장기 계약 기반의 데이터센터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수익 구조에서도 양사의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2025년 영업이익률은 49%로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이는 고부가 제품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가격 협상력과 원가 구조가 동시에 개선됐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 회복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부문의 수익성 부담이 지속되고 있어, 그룹 전체 이익 구조가 상대적으로 분산돼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단일 사업 구조를 오히려 AI 시대에 맞는 집중형 전략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자 전략에서도 차별화가 뚜렷하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조기 증설과 용인 1기 팹 건설을 통해 중장기 생산 능력을 안정적으로 확충하는 동시에, 청주 P&T7과 미국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을 연계해 전공정·후공정을 통합하는 글로벌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HBM처럼 패키징 기술이 성능을 좌우하는 제품에서 공급 안정성과 품질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전자 역시 첨단 패키징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HBM 대량 양산 경험과 고객 레퍼런스 측면에서는 격차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자신감이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1조원 규모의 추가 배당과 함께 1,530만주 자기주식 전량 소각을 발표하며 총 2.1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단행했다. 이는 현금창출력이 구조적으로 안정됐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정으로 해석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신사업 투자 부담이 동시에 존재해 주주환원 여력의 탄력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구조다.

시장 전망도 SK하이닉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AI 시장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분산형 서버 아키텍처 수요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고성능 낸드 수요도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커스텀 HBM, 고성능 패키징, 데이터센터 스토리지까지 연결되는 수직적 제품 전략을 갖춘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확장 국면에서 구조적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단기 실적 호조를 넘어,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메모리 표준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 우위와 고객 신뢰, 생산 안정성, 고부가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삼성전자와의 메모리 경쟁 구도가 단순 점유율 경쟁에서 기술 중심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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