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은 사활 건 반도체 패권 경쟁...“한국은 게걸음 속 반도체 대신 ‘의대 열풍’”

토요프리즘 / 이승섭 / 2024-02-20 17:23:33
AI시대 개막·공급망 재편 속...미국·대만·중국 대규모 반도체 투자
일본, 보조금·규제 완화로 대만 TSMC 유치...반도체 강국 승부수
한국, 반도체 클러스터 662조 투자...규제 완화·세제 지원 등 시급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 혼란과 관련해 해외 언론이 한국 상위권 학생들의 공대 대신 ‘의대 진학 열풍’에 주목해 눈길을 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어제 ‘한국 상위권 학생들이 반도체보다 의대에 투자한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공대보다 의대에 쏠리는 현상을 보도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기업 취업 대신 의사가 되는 것을 더 선호하다는 지적이다.

지금 전 세계는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전공하는 공대보다는 의대 진학을 선호하는 현상은 반도체 육성에 범정부 차원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글로벌 현실에 견줘 불안하게 한다.

더욱이 AI시대를 맞아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 투자 규모나 지원 등은 주요국과 비교해 취약한 상황이다. 여기에 상위권 학생들의 공대 기피 현상으로 향후 우수한 반도체 인재 육성마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블룸버그통신이 수입 안정성에 끌려 반도체 마저 이면한 한국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열풍을 지적한 가운데 학생들이 의대 증원에 따른 입시 판도 분석 설명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 학생들의 공대 대신 ‘의대 진학 열풍’지적한 외신

어제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상위권 학생들이 취업이 확실시되는 공대보다 의대에 가려고 한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블룸버그는 “의대 정원을 크게 늘리려는 정부의 방침에 더 많은 상위권 학생들이 반도체 엔지니어가 되는 진로보다는 의사가 되려는 시험 준비 과정에 등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 지원자 중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에 취업이 보장되는 최상위권 공대 입학을 기피하고 의사의 더 높은 직업 안정성과 수입에 끌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의 방증으로 서울대 홈페이지 등을 인용해 올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시 합격자 중 26%가 등록을 포기한 반면 서울대 의대 합격자 중에는 미등록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의 반도체 산업육성정책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 시행으로 100억달러 보조금 지급을 검토중인 반도체 CPU 제조업체인 인텔 <사진=연합뉴스>

 

◆ 세계는 반도체 패권 놓고 불꽃 튀는 전쟁 벌여

AI 시대 본격 개막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세계 각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은 지난 2022년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해 자국 내 반도체 제조 클러스터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를 들여 국립 반도체기술진흥센터를 만들었다. 또 반도체 CPU 제조업체 인텔에 100억달러(약 13조 4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준비하는 등 반도체 산업 진흥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도 반도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 신공장 건설을 위해 범국가적인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또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면서 향후 5~7년 내 반도체 생산량이 지금의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제조 강국의 부활을 노리는 일본의 움직임은 무서울 만큼 공격적이다. 2조엔(약 18조 원) 규모 보조금을 내세워 대만 TSMC를 유치해 구마모토현을 반도체 클러스터로 조성 중이다. 특히 TSMC의 구마모토 1공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총력 지원 덕에 지난 2021년 착공한지 불과 3년도 안 돼 이번 주말 준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말 6나노급 2공장도 착공해 2027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오는 24일 준공 예정인 일본 구마모토현의 대만 TSMC 1공장<사진=연하뉴스>


◆ 한국은 투자나 규제 완화, 세제·금융 지원 등에서 굼떠
 

지금 세계 주요 국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서 총력을 기울이는 행보와 달리 한국은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데만 해도 한세월이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2월 부지가 선정되고 2022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아직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지역 민원·토지 보상·용수 공급 인허가 문제 등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7년 가동할 계획이라고 하니 보통 굼뜬 게 아니다. 앞선 삼성전자 평택공장도 송전탑 갈등으로 5년을 허송세월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올해 우리나라 반도체 관련 예산은 1조 3000억원에 불과하고 지원금도 전무하다. 거액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수준이다. 올해 일몰 예정인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방안도 야권의 비판적 기류 탓에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걱정이다.

 


정부는 지난 1월 2047년까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662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투자가 차질 없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려면 기업의 반도체 공장 설립과 투자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대대적인 세제·금융 지원 등도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토요경제/ 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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