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행된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영세 사업장은 어쩌라고”

토요프리즘 / 이승섭 / 2024-01-27 17:15:29
5~49인 사업장 확대 적용…83만 여 영세 중소기업·자영업 대상
코로나 사태 후 경영난 속 준비 안 된 소규모 사업장 혼란 빠져
법 시행 따른 후폭풍 우려…직원 해고·채용 회피·폐업 가능성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준비 안 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후폭풍 유려 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늘부터 5인 이상 49인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근로자 수가 5인 이상 50인 미만인 83만7000여 곳의 자영업과 중소기업 사업장이 대상이다. 이들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의 적용 시기를 2년 더 미루지는 중대재해법 개정안 처리가 국회에서 무산된 탓이다.

27일부터 새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들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이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들 사업장의 경우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흘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특히 식당이나 카페 등 소규모 업장에서는 이 법의 적용 시점 등에 대해 사전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터여서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일터의 안전을 강화하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영세기업이나 자영업주는 이 법이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기가 사실상 어렵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처한 영세 사업장에 안전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재해 예방 예산을 마련하라는 것 자체가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여야가 합의할 경우 2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지만 기대하기는 어렵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노동계를 의식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 시행시기를 2년 더 연장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영세 사업자들의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정부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

◇경영난 속 우려되는 후폭풍…직원 해고·채용 회피 가능성

당장 영세 사업장에는 발등의에 불로 다가왔다. 오늘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된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 했던 음식점과 빵집, 카페 업주 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 건설현장도 날벼락을 맞은 건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90% 이상이 법 시행에 따른 준비가 덜 돼 있는 데다 절반은 안전관리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상당수 소규모 업체들은 중대재해법에 해당하는지, 위반 시 어떤 처벌을 받게되는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더욱이 사설 컨설팅 비용만 100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니 엄두도 못 낼 판이다.

문제는 안전 책임자를 따로 둘 수 없는 형편에서 중대재해법 적용 업체들은 직원을 내보내거나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된다는 점이다. 직원 수가 5명 이상일 경우 중대재해처벌을 피하기 위해 직원 수를 4명 이하로 줄이려는 사업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사업장 내 사망 사고 등으로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고 폐업할 경우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준비 안 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2년 유예 필요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될 때부터 처벌 규정이 과도하고, 법 조항이 모호다는 점 등을 들어 논란이 야기됐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지난 2년간 이 법을 시행한 결과에서, 중대사고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로만 중대재해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이번에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근로자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노동부에 따르면 5∼49인 사업장은 모두 83만7000여 곳이고, 종사자는 800만 명 정도다. 적용 대상은 업종 구분 없이 중대재해가 잦은 제조업과 건설업 사업장뿐 아니라 음식점, 빵집 등 서비스업 사업장과 사무직만 있는 사업장도 포함된다. 사실상 왠만한 곳은 모두 해당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확대 적용을 앞두고 중소기업계는 준비 부족을 호소해 왔다. 이에 정부와 국민의힘, 중소기업계는 영세 기업 90% 이상이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내세워 적용을 유예하자고 야권을 설득해 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 같은 영세 사업장의 어려운 환경을 감안해 여야는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이 2년 더 유예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

◇혼란 최소화와 안전보건 대책 마련 위해 지원 서둘러야


앞서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고 2년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 중에는 제대로 준비를 갖춘 기업들은 별로 없다.

소기업중앙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 10여개 중소기업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현 상태에서 법이 시행되면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여기다 지난 2년간 홍보도 충분히 안 돼 법 적용 대상인지도 모르는 5인 이상 사업장도 상당한 실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적용에 따른 사업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50인 미만 기업의 조속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83만7000 곳 전체에 대해 산업안전 대진단, 소규모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안전보건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는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또 법 위반과 관련한 수사 대상 확대에 대비한 인프라 강화에도 나설 계획인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50인 미만 기업들이 최대한 빨리 스스로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는 현장 혼란을 줄이고, 적응할 수 있도록 가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뿐만 아니라 예방 지원에 중점을 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과 함께 산재 예방 지원 확대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인력과 조직 확충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토요경제/ 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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