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삼성' 빈패스트 나스닥서 돌풍...전기車시장 '태풍의 눈'

체크Focus / 최영준 기자 / 2023-08-23 17:03:31
상장 1주일만에 시총 840억 달러 돌파..GM 등 美 빅3 추월
버블논란 속 베트남 최대기업 빈그룹 후광과 성장성 주목
인지도 상승, 공격적 투자로 전기차 시장 다크호스 부상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의 신에너지차 스타트업 빈패스트(VinFast)가 나스닥 상장 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현재 빈패스트의 시가총액은 840억 달러(약 112조 원)까지 불어났다. GM(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자동차 빅3를 모조리 제쳤다.

 

나스닥 상장 특수목적법인(SPAC)인 블랙 스페이드 애퀴지션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나스닥에 우회상장한 빈패스트는 상장 첫날인 지난 15일 개장 직후부터 파란을 예고했다.


빈패스트와 블랙스페이드간의 당초 합의 평가액은 주당 10달러였으나 장을 열자마자 22달러로 두 배이상 급등한 것이다. 지난 19일 하루에만 23% 급락했던 것을 단숨에 만회했다. 이로써 빈패스트는 상장 1주일이 지난 22일 전일대비 109% 상승한 36.72달러를 찍었다.

 

▲베트남 유일의 전기차업체 빈패스트가 나스닥 상장 이후 주가 급등으로 GM 등 미국 자동차업체의 시총을 잇달아 추월하며 돌풍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이 회사의 주력 모델중 하나인 ‘VF8’. <사진=연합뉴스>

 

■ 미 증시 상장 자동차업체 중 시총 랭킹 2위로 우뚝

22일 단 하루에 시가총액이 440억 달러, 한화로 약 60조 원 가량 불어나 시총 800억 달러대에 진입했다. GM(453억 달러), 포드(475억 달러), 스텔란티스(572억 달러) 등 빅3를 멀찌감치 따돌린 것이다.


비록 빈패스트의 시총은 세계적인 전기차업체 테슬라(7401억 달러) 시총에 10분의 1을 약간 넘는 수준이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된 자동차업체 중에서 2위로 우뚝섰다.


빈패스트의 시총은 특히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이자 중국 대표 자동차기업 비야디(약 77조원)는 물론 대한민국의 간판 자동차기업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시총(약 80조 원)을 압도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긴축 분위기속에서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고 있음에도 빈패스트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향후 고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실적면에서 내세울게 별로 없다'는 버블논란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스타트업 출신인 빈패스트가 '제2의 테슬라' 신화 창조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나스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빈패스트의 유통 주식이 단 130만 주에 불과한 것도 '희소가치'를 높여 주가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빈패스트의 주가 변동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도 된다.


빈패스트가 베트남의 최대기업 빈그룹의 핵심 자회사란 점도 주가 상승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창업 30년을 맞은 빈그룹은 부동산, 자동차, 관광, 식품, 전자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베트남 최대 민간 기업이다.


빈그룹은 특히 2017년 9월에 베트남 유일의 자국 브랜드 전기차 제조사인 빈패스트를 설립, 자동차 사업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빈그룹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 빈패스트는 2년전부터 전기차에 눈을 돌린 후 전기차 라입업을 빠르게 늘려가며 특유의 성장성이 증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나스닥 상장 이후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빈패스트의 전기차 로고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 실적부진 속 인지도 급상승...빈그룹 후광, 공세 강화


빈패스트의 '나스닥 효과'로 인해 호치민 증시에 상장돼 있는 빈그룹 주가 역시 지난 6월부터 치솟기 시작, 현재 시총이 약 252조 원까지 불어났다. 베트남의 경제와 증시 규모를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삼성전자에 이은 한국 상장기업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빈그룹의 시총은 베트남 상장주식 전체 시총의 30%를 넘나든다. 빈그룹이 베트남의 삼성에 비유되는 이유다.


빈그룹의 후광과 나스닥 시장서 돌풍을 몰아치며 빈패스트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는 급상승하고 있다. 자그마한 동남아산 전기브랜드가 자동차 본고장 북미와 유럽에서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로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빈패스트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빈패스트는 비록 지난 1분기에 5억9800만 달러의 순손실을 내는 등 실적악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 잠재가치가 크게 높아진 셈이다. 빈그룹과 빈패스트도 이에 맞춰 전기차 부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빈패스트는 지난해 내연기관차 사업을 정리, 전기차에 올인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R&D와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명함을 내밀기 위한 제품 라인업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빈패스트는 이미 소형 스포츠실용차(SUV)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중형 SUV 모델인 VF8을 지난 6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하반기중엔 대형 SUV인 VF9도 출시할 예정이다.

 

▲올 1월 세계 최대 IT박람회 'CES2023'에 마련된 빈패스트의 전시관. 빈패스트는 이 자리에서 순수전기차 ‘VF6’, ‘VF7’, ‘VF9’의 실물을 공개, 눈길을 끌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전기차 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과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대응 차원이다. 빈패스트는 이 공장은 약 40억 달러(약 5조3600억 원)를 투입, 연간 15만 대의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춰 오는 2025년부터 VF8, VF9 등 간판 모델을 주력 생산할 계획이다.

■ 美 현지공장과 배터리 자급 추진...공격적 마케팅 전환

전기차 부품 수직계열화도 추진중이다. 특히 핵심 부품인 배터리 자체 수급을 위해 자회사인 빈ES를 통해 베트남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신축중이다. 빈패스트는 현재 삼성SDI와 중국 CATL·궈시안(Gotion) 등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기존 개발모델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나스닥 상장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에 더욱 고삐를 당기기 위해 최근 판매가격을 대폭 낮췄다. 빈패스트는 현재 하노이공장서 전기차를 주력 생산, 가격 경쟁력 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증시가 22일(현지시간) 잭슨홀미팅을 앞두고 혼조세를 보인 가운데, 베트남 전기차업체 빈패스트가 100% 넘게 폭등하며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나스닥 상장 후 몸값을 대폭 키우며 달라진 위상을 무기로 빈패스트가 대규모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섬에 따라 빈패스트는 이제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부각되고 있다.


테슬라를 필두로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업체들의 저가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가운데, 빈패스트란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함에 따라 현대차, 기아 등 국내 전기차업체들의 부담감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비야디 등 중국업체와 달리, 빈패스트는 미국의 견제로부터 자유롭고 미국 현지공장 설립 중이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내 업체들의 잠재적 경쟁자로서 결코 무시할만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빈패스트가 기술력은 떨어져도 그간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과 깊은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제조 노하우만큼은 풍부하다"고 전제하며 "빈그룹의 후광과 나스닥상장을 통해 확보한 든든한 자본력, 여기에 나스닥서 돌풍을 계기로 인지도가 크게 높아져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내다봤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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