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죽지 않는 사회 만들겠다” 했지만…입사 한 달 만에 숨진 한솔제지 노동자

산업 / 이강민 / 2025-07-30 17:13:24
‘후진국형 사고’ 반복되는 현장, 대전 한솔제지에서 신입 노동자 사망
▲ 근로자 사망한 제지공장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대전 한솔제지 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산업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기본적인 추락 방지 조치조차 없었던 현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실질적 변화가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수사당국은 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며, 노동계는 구조적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대전 한솔제지 신탄진 공장에서 지난 16일 입사 한 달 된 30대 노동자 A씨가 기계 안으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펄프 제조기 개폐기 투입구 쪽에서 작업 중 실족한 것으로 추정되며, 동료 누구도 그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의 시신은 실종 신고 후 약 10시간이 지난 17일 오전 2시께 기계 안에서 발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한 기업체를 방문,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노동 안전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 현장은 여전히 근로자들에겐 '죽음의 공간'이다. 이번 한솔제지 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은 물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반복되고 있는 '죽음의 컨베이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 기본적인 추락 방지 장치조차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현장을 조사한 결과, 사고 지점에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매우 미흡했으며, 경고 표지나 차단 장치 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해당 노동자가 하루 동안 방치된 채 기계 안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노총 대전본부는 지난 18일 사고 현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안전관리의 총체적 실패이자,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었던 결과"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노총은 “노동조합이 부재한 현실을 핑계 삼지 말고,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책임 있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국노총 대전본부 한솔제지 공장서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 산재 은폐 가능성도 조사 중

30일, 고용노동부와 대전경찰청은 한솔제지 본사와 신탄진 공장에 근로감독관 및 경찰 35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수사당국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대응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수사와 압수수색으로는 반복되는 구조적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후 책임 추궁을 넘어, 사전 예방을 위한 구조 개혁 없이는 제2, 제3의 A씨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솔제지는 사고 발생 이후 한경록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후속 조치를 철저히 이행하기 위해 조사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강민
이강민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이강민 입니다.
기자 페이지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SK에코플랜트, AI·반도체 82% 됐다…12월 합병 시험대는 '본체 이익'

    SK에코플랜트, AI·반도체 82% 됐다…12월 합병 시험대는 '본체 이익'

    SK에코플랜트의 사업 중심은 이미 건설에서 AI·반도체로 옮겨갔다. 12월 SK에코엔지니어링 합병을 앞두고 다음 과제는 커진 외형을 본체의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8일 SK에코플랜트의 재무자료와 회사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0조504억원, 영업이익은 1조4650억원이다. 2분기에만 매출 5조1507억원, 영업이익 5336억원

    2
    두산건설, 도시정비 4조 돌파…수주 늘리고 원가율 낮춰

    두산건설, 도시정비 4조 돌파…수주 늘리고 원가율 낮춰

    두산건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4조원대로 끌어올렸다. 상반기 이후 1조3000억원 넘는 시공권을 추가하면서도 기존 사업장의 원가율을 낮춰 수익성을 함께 개선했다.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올해 현재까지 13개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총 4조110억원 규모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민간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공공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

    3
    iM뱅크·SBI저축은행도 공격…금감원 8월부터 금융권에 경고

    iM뱅크·SBI저축은행도 공격…금감원 8월부터 금융권에 경고

    최근 금융권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금융감독원이 국가배후 해킹조직의 공격 징후를 포착해 금융회사에 보안 강화를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iM뱅크와 SBI저축은행 등에도 실제 공격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사전 경고가 개별 금융회사의 보안체계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후속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손명수 의원실

    4
    아워홈·오뚜기·SPC·동서식품, 하반기 신입 채용…식품업계 인재 확보

    아워홈·오뚜기·SPC·동서식품, 하반기 신입 채용…식품업계 인재 확보

    아워홈과 오뚜기를 비롯한 식품·외식업체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 영업과 마케팅부터 연구개발(R&D), 생산, 영양사·조리사까지 모집 분야도 다양하다.8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오는 15일까지 2026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과 외국인 유학생 지원서를 접수한다.모집 분야는 B2C영업과 B2B영업·마케팅, 홍보영양, 마케팅, 영업지원, 글로벌

    5
    삼성SDI, 하루에 배터리 양끝 잡았다…LFP 6조·전고체 2027년

    삼성SDI, 하루에 배터리 양끝 잡았다…LFP 6조·전고체 2027년

    삼성SDI가 같은 날 LFP와 전고체 배터리 공급망을 동시에 강화했다. 빠르게 커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는 대규모 LFP 소재를 확보하고,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2027년 양산을 뒷받침할 핵심 소재 개발에 들어갔다.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포스코퓨처엠과 2027~2032년까지 약 6조원 규모의 LFP 양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