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한도 해제하러 갔더니 “자동 이체해야 됩니다”

산업 / 김자혜 / 2024-01-15 16:40:10
신규계좌 일일 이체 한도 최대 100만원으로 묶여
해제 기준 ‘영업점 마음대로’… 이용자 ‘혼란’ 가중
농협은행 “대포통장 대비 위한 어쩔 수 없는 대책”
지난해 금융위·금감원 권고에도 개선 ‘제자리걸음'

▲장모씨(39세)는 최근 신규 계좌의 한도를 해제하기 위해 서울 소재의 한 농협은행 영업점에 방문해 재직증명서, 급여명세표 등 증빙서류를 제출했지만, 한도를 해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2개월 이상의 거래내역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영업점 직원은 공과금납부 자동이체와 같은 별도의 서비스 신청 시 즉시 해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장모씨가 농협은행에서 받은 금융거래목적 확인서> 

 

최근 직장인 장○○ 씨는 신규 계좌를 만들기 위해 서울의 한 농협은행 영업점에 방문했다. 장 씨는 1일 한도를 해제하려면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표를 제출하고 2개월여의 거래내역이 발생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당황했다.

 

이후 해당 지점에서는 즉시 한도를 해제하고 싶다면 공과금납부를 자동이체하는 방법이 있다며 가입을 제안해 왔다. 장씨는 필요한 서류라면 제출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서비스 가입은 뜻밖이라 고민하다 한도 해제를 그만뒀다.

보이스피싱에 대포통장이 악용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신규 계좌 이체·출금 제한’ 제도를 시중은행들이 여전히 영업에 활용해 금융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은행의 상술이 제도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포통장을 막기 위해 2016년부터 도입된 ‘신규 계좌 이체·출금 제한’ 제도는 은행 신규 거래자가 하루에 인터넷뱅킹 30만원, ATM 30만원, 창구거래 100만원까지만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월급 300만원을 수령한다면 인터넷뱅킹으로 10회에 걸쳐 이체하거나 창구를 3일간 방문해야 한다.
 

장씨 역시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영업점을 찾았지만 한도를 바로 해제할 수 는 없었다. 한도 해제를 해줄 수 있는 권한은 각 영업점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한도해제 가이드를 각 영업점에 주지만 판단은 영업점의 몫”이라며 “재직증명서나 급여명세도 위조해 대포통장을 발급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영업점에 따라 더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규 계좌 이체·출금 제한 제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금융사의 권고 사안이다. 농협은행 사례와 같이 별도의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일부 은행은 신용카드를 발급해 한도 해제를 권유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에서도 이러한 신규제좌 이체 제한제도의 맹점을 개선하라고 지도했다. 규제심판부는 ‘금융거래 한도 제한 합리화’ 회의 자료에서 “일부 은행은 한도 해제를 조건으로 대출, 적금 가입을 요구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규제심판부는 지난해까지 한도 상향을 결정하고 가이드라인 마련, 법적 근거 마련, 증빙 편의 제고를 위한 데이터 시스템 구축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제도개선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은행 이용자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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