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종목 분석까지…증권사 MTS 경쟁, ‘투자권유’ 경계선에 섰다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06-10 06:02:08
증권사 MTS, 단순 매매창서 AI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
종목 이슈·수급·공시·뉴스까지 자동 요약
맞춤형 조언 확대 땐 투자권유 논란 불가피
▲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단순한 주식 매매창을 넘어 AI 기반 투자 판단 플랫폼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종목 이슈와 수급, 해외 공시, 주가 변동 원인을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편의성은 커졌다. 그러나 경계선도 흐려졌다. AI가 공개 정보를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판단에 영향을 줄 경우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MTS 고도화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핵심은 AI다. 기존 MTS가 시세 조회와 주문 기능에 집중했다면, 최근 서비스는 투자자가 종목을 고르고 판단하는 과정까지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MTS에 AI 기반 심층 종목 분석 서비스 ‘지금 종목은’을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개별 종목의 주요 이슈와 수급 상황, 가격 변동 요인 등을 AI가 분석해 제공한다. 기존 AI 시황 서비스가 시장 전체 흐름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 종목은’은 개별 종목 단위의 흐름과 리스크 요인을 보여주는 구조다.

투자자는 별도 화면 이동 없이 종목 상세 화면에서 주요 이슈를 확인할 수 있다. 회사 측은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해 투자자의 전반적인 판단 과정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투자증권도 MTS 개편 과정에서 AI 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해외 상장기업의 원문 공시를 AI가 한글로 번역하고 요약하는 ‘AI 공시’ 기능을 탑재했다. 단순 번역에 그치지 않고 핵심 투자 포인트까지 제시하는 점이 특징이다.

해외주식 투자자가 늘면서 공시 접근성은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영어 원문 공시를 직접 읽기 어려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AI 요약 서비스가 정보 격차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요약 과정에서 중요한 맥락이 빠지거나 AI가 부정확한 해석을 내놓을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MTS ‘엠스탁’에 AI 서비스를 접목했다. ‘AI이슈체크’는 전날 미국 증시에서 장중 ±2% 이상 움직인 종목 가운데 공시나 이벤트가 발생한 종목을 자동으로 선별해 관련 해외 뉴스를 요약 제공하는 서비스다. 급등락 종목의 배경을 빠르게 파악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이처럼 증권사 MTS는 투자자가 직접 정보를 찾아다니는 구조에서, AI가 필요한 정보를 먼저 정리해주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투자정보의 생산·전달 방식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AI 투자정보가 어디까지 ‘정보 제공’이고, 어디부터 ‘투자 권유’인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무료 AI 종목 분석 및 요약 리포트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 규정을 우회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본 바 있다.

업계에서는 AI가 공개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취합·요약하는 수준이라면 정보 제공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그러나 투자자의 투자 성향, 보유 종목, 거래 패턴 등을 바탕으로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시점이나 투자 비중을 제시할 경우 투자권유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현재 AI 리포트와 종목 분석 서비스 대부분은 면책 조항을 두고 있다. 투자 권유가 아니며, AI가 자동 처리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정확성·완전성·시의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최종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점도 함께 고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종목 분석 서비스는 서비스 하단과 각 영역 안내를 통해 투자 권유가 아니며, AI 모델이 자동 처리한 결과물 특성상 정확성·완전성·시의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서비스는 외부 전문 AI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제공되는 경우가 많고, 내부 투자자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공개된 거래소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분석 결과를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면책 조항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가 증권사 MTS 안에서 제공되는 AI 분석을 증권사의 공식 의견처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보 투자자일수록 AI가 제시한 요약과 투자 포인트를 사실상 추천으로 인식할 수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AI MTS가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핵심 경쟁 수단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정리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AI가 투자 판단의 보조 수단을 넘어 사실상 조언자 역할을 하게 되면 금융소비자 보호와 책임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의 AI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쟁점은 기술 도입 여부가 아니다. AI가 만든 투자정보의 책임 범위, 설명 가능성, 오류 발생 시 대응 체계를 얼마나 명확히 마련하느냐다. MTS가 똑똑해질수록 증권사의 관리 책임도 함께 무거워지고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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